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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 관객 1
    나의 이야기 2023. 9. 14. 00:01

    구글 관객 이미지 발췌

     

     

      관객 1  

                                                     

                                                               마경덕

     

     

    기대했던 연극표는 매진되고

    모처럼 주머니에 담아온 오후는 휴지처럼 구겨졌다

    쓸모없는 시간 한 토막을 대학로 어딘가에 버려야 했다

     

    골목골목을 지나 외딴 소극장

    눅눅한 공기를 밀치고 가파른 계단 끝에 닿으니

    흐릿한 불빛 아래 객석은 텅 비었고

    무대는 호젓했다

     

    장내를 쓱 훑어보던 키 작은 남자는 검은 커튼 속으로 사라지고

     

    관객은 혼자였다

    나는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 연극은 무사할까

     

    긴 대사와 짙은 분장이 서성거리는 무대 뒤편

    무명 배우들의 초조한 눈빛이 떠오르고

    왠지 모를 쓸쓸함이 객석을 채우고 있었다

     

    맨정신으로 살 수 없는 이들은 우리의 시간 너머로 넘어가

    웅크려 앉았다가, 식어가는 심장을 가동시켜

    잠시 이 세상으로 걸어 나오는 것인데,

     

    연극 같은, 연극이 아닌,

    이 비극으로 며칠을 더 버틸 수 있을까

     

    한 사람을 위해, 가라앉은 무대를 안간힘으로 들어올리는 연기는

    극한의 노동일 것이다

     

    관객 1은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관객 2인 그림자가 내 뒤를 따라나왔다

    「학산문학」 2023. 가을호

     

    * 출처 마경덕 카페 -작성 김길순-

     

     

     

    구글 이미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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