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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소리
김길순
신혼 시절, 그이가 외국 유학을 떠나자
공허함을 메꾸기 위하여 산사를 찾았다.
주말에 찾은 절은 경북 영천 은혜사였다.
낮에는 매미소리가 요란하게 들리고
밤이면 밤마다 개구리들의 합창이
산천이 떠나가도록 개골개골 걀걀걀 울었다.
어머니가 들려주시던 불효한 개구리 삼형제 얘기
어머니를 물가에 묻었기에 비만 오면 떠내려갈까 봐
구슬프게 운다는 생각은 꼬리를 물고 개골개골 걀걀걀
브람스곡과 드뷔시곡에 심취해 보아도 소용없던 시절에
개구리 소리는 박자도 맞지 않는 소음이면서도
깊은 밤 듣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아 위로가 되었다.
왜 그럴까.
개구리가 개골개골 걀걀걀걀 하고 말했어.
자연의 소리가 고요하다면 개구리소리는 고승의 참선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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