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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이문재
투명해지려면 노랗게 타올라야 한다
은행나무들이 일렬로 늘어서서
은행잎을 떨어뜨린다
중력이 툭, 툭, 은행잎을 따 간다
노오랗게 물든 채 걸음을 멈춘 바람이
가볍고 느린 추락에게 길을 내준다
아직도 푸른 것들은 그 속이 시린 시월
내 몸안에서 무성했던 상처도 저렇게
노오랗게 말랐으리, 뿌리의 반대편으로
타올라, 타오름의 정점에서
중력에 졌으리라, 서슴없이 가벼워졌으나
결코 가볍지 않는 10월*************************************
1959년 9월 22일, 경기도 김포시 출생. 64세. 경희대학교 문과대학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82년, 시운동 동인을 통해 등단했다. 제국호텔, <지금 여기가 맨 앞> 등의 시집을 냈다.
현재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에서 글쓰기와 시 창작을 지도하고 있다. -작성 김길순-ㄱ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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