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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루다 <벌레> 상상력
    나의 이야기 2010. 11. 24. 07:06

     

     

     

     

     

    네루다「벌레」                             김길순


    그대의 허리에서 그대의 발을 향해

    나는 기나긴 여행을 하고 있다.


    나는 벌레보다 더 작은 존재


    나는 이 언덕을 지나간다.

    이것들은 귀리빛깔을 띠고 있는.

    오로지 나만이 알고 있는

    가느다란 자국들을 갖고 있다.

    몇 센티미터 정도의 불에 데인 자국들을.

    창백한 모습들을.


    여기 산이 하나 있다.

    나는 거기서 절대로 나오지 않겠다.

    오오 얼마나 거대한 이끼인가!

    그리고 분화구 하나와 촉촉이 젖어 있는 불의 장미 한 송이가 있다!


    대의 다리들을 따라 내려오면서

    나선형을 그리며 생각에 잠기거나

    혹은 여행하면서 잠을 자다가

    마치 맑은 대륙의

    단단한 꼭대기들에 이르듯이

    둥그런 단단함을 지닌 그대의 무릎에 나는 도달한다.

    그대의 발을 향하여 나는 미끄러진다

    반도 같은 그대 발가락들의

    여덟 개 갈라진 틈새로.

    그리고 그 발가락들에서

    하얀 시트의 허공으로

    나는 떨어진다. 눈 멀고

    굶주린 채 그대의 타오르는 적은 그릇 모양의

    윤곽을 찾아 헤매이면서!

                       네루다<벌레>전문

     


    이 시는 굶주린 작은 벌레 한 마리가 거대한 우주를 여행하는 데에서부터 이미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다. 그 거대한 우주란 여인의 육체로 볼 수 있다. 벌거벗은 육체를 아니 침상에서 벗은 여인의 몸에 스멀스멀 벌레 한 마리가 타고 내려가는 사실적 묘사가 신성한 남녀간의 감각을 흔들면서 애로틱한 웃음을 주고 있다.

    여기서 여인의 육체야말로 신이 만든 최고의 그릇이며, 기쁨이며, 최상의 아름다움이다. 네루다는 자신을 작은 벌레로 비유하면서 굶주린 채 전신으로 타오르고 있다. 그래서 ‘나는 벌레보다 작은 존재’라고 말한다.

     

    이 에로스적인 탐미 욕구는 저 끝없는 우주에까지 닿아 있고 그래서 육체는 신이 만든 그릇이며 영혼을 담는 그릇이다. 육체의 아름다움을 이렇게 묘사한 시는 일찍이 없었던 것 같다.


    이와 같이 시에서는 ‘엉뚱한 이미지’ 즉 시적 자아를 벌레로 치환시키면서 에로스의 무서운 충격과 웃음을 만들어 낸다는 사실이다. 동시에 이는 기발한 착상이면서 엉뚱한 발상으로 시의 웃음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넌지시 일깨우기도한 상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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