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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의 기도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지요.
망각의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뿌리로 약간의 목숨을 남겨 주었습니다
T, S. 엘리엇의 시 <황무지>중 첫 연이다. 1948년 노벨문학상을 받았고,
1956년에 괴테문학상을 맏은바 있는 엘리엇은 원래 미국 센트루이스 태생이었으나 제2차 세계대전중 영국에 정주하다가 전쟁이 끝나자 귀화하게 되었다. 그는 하버드대학을 졸업한 후 소르본느와 옥스퍼드에서 수학하게 되었는데 처음엔 데카당스 라고 하는 퇴폐적 경향에 끌려 반발하면서도 현대인의 자아를 탐구하는 데에 주력하였다.
엘리엇의 기도는 이성과 감성이 균형을 잃지 않으면서 시적으로 조화되고 있음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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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의 기도주여, 로마의 히아신스는 주말에 꽃을 피우고
겨울의 태양은 눈 덮인 언덕을 기어가건만,
고집 센 계절은 멈춰 서있기만 합니다.
나의 인생은 죽음의 바람을 기다리기에
손등의 깃털처럼 가볍습니다.
햇빛 속의 모퉁이에 몰린 추억은
죽음의 나라로 불어 가는 찬 바람을 기다립니다.
저희들에게 당신의 평화를 주옵소서
저는 이 도시에서 여러 해 동안 살아오며,
믿음을 지키는 금식도 하고 가난한 자들을 돌보며,
서로 경의의 안 위를 주고 습니다.
이제껏 어떠한 사람도 나의 집 문간에서 물리친 일도 없습니다.
슬픔의 때가 닥쳐올 때 나의 집을 누가 기억할 것이며,
나의 자손들은 어디서 살게 되리라까?
낯선 사람들의 얼굴과 검을 피해서
그들은 염소의 길로 도주하고 여우의 굴에 숨으리다.
(첫연, 둘째 연)
-작성 김길순-기도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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