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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현대문학상>수상작 김복희나의 이야기 2024. 4. 27. 00:01
새소리 물소리 다음 이미지 발췌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
김복희
쌀 씻는소리
오이를 깎는소리
수박을 베어 무는소리
미닫이문이 드륵드륵 닫히는 소리
딱 하나만 가져갈 수 있다면
무엇을 가지고 갈까
앞으로 내가 듣지 못할 것
남도 듣지 말았으면 하는 것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면......
조용히 우는 소리
틀어 놓은 텔레비전 위로
막막한 허공의 소리
손톱으로 마른 살갖을 긁는 소리
죽은 매미를 발로 밟는 소리
이것 중에 무엇이 좋을까
잠시 고민했다
이런 거 맞나요?
나는 물었고
대답은 없었다
누가 벌써 대답을 가져간 것일까
다 두고 갈 수는 없나요?
아주 조용했다
누가 벌써 가져간 게 확실했다
가질 수 있는 것을
가지지 않을 때의 기쁨
잠든 사람이 따라하는
죽은 사람의 숨소리
죽은 다음에도 두피를 밀고 나오는 머리카락 소리
벌려 놓은 가슴을 실로 여미는 소리
세상에서 소리를 하나....데리고 갈 수 있다면
어떻게 할래?
- 격월간 《릿터》 2023년 2/3월호
김복희
1986년 전남 진도 출생. 201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내가 사랑하는 나의 새 인간』 『희망은 사랑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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