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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 오래 만진 슬픔
    나의 이야기 2024. 4. 22. 00:01

     

     

     오래 만진 슬픔 

                               이문재

    이 슬픔은 오래 만졌다
    지갑처럼 가슴에 가지고 다녀
    따뜻하기까지 하다
    제자리에 다 들어가 있다

    이 불행 또한 오래되었다
    반지처럼 손가락에 끼고 있어
    어떤 때에는 표정이 있는 듯하다
    반짝일 때도 있다

    손때가 묻으면
    낮선 것들 불편한 것들도
    남의 것들 멀리 있는 것들도 다 내 것
    문밖에 벗어놓은 구두가 내 것이듯

    갑자기 찾아온
    이 고통도 오래 매만져야겠다
    주머니에 넣고 손에 익을 때까지
    각진 모서리 닳아 없어질 때까지
    그리하여 마음 안에 한자리 차지할 때까지
    이 괴로움 오래 다듬어야겠다

    그렇지 아니한가
    우리를 힘들게 한 것들이
    우리의 힘을 빠지게 한 것들이 
    어느덧 우리의 힘이 되지 않았는가

              ***************

    * 계간문예 2024년 봄호 실린글.기획특집 2 애송시
    ※ 1982년 시운동 등단 시집 (마을의 오지)등 김달진문학상 등 수상 
       -작성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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