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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 석탄
    나의 이야기 2024. 7. 18. 00:01

     

    석탄

                                                        정공채

    1
    어쩌다 우리 인생(人生)들처럼 바닷가에 쌓여 있다.
    부두(埠頭)는 검은 무덤을 묘지(墓地)처럼 이루고

    그 위로 바람은 흘러가고, 검은 바람이 흘러가고,
    아래론 바닷물이 악우(惡友)처럼 속삭이고, 검은 물결이 나직이 속삭이고
    어쩌다 우리 인생(人生)들처럼
    바닷가에 쌓여 있다.


    2
    억만년(億萬年)의 생성(生成)의 바람소리와
    천만년(千萬年)의 변성(變成)의 파도소리와
    하늘을 덮고 땅을 가린 원시림(原始林)의 아우성과
    화산(火山)과 그때마다 구름같이 우우 달리던 둔한 동물(動物)들이
    캄캄한 지층(地層)으로 지층으로 흘러온 뒤로
    용암(熔岩)과 산맥(山脈)의 먼 먼 밑바닥에서
    귀머거리 되고 눈머거리가 되고, 검은 침묵(沈默)에 죽었노라
    검은 침묵(沈默)에 생성(生成0하는 꽃이었노라.

    3
    출발(出發)을 앞둔 부두(埠頭)가나
    마지막 여낭(旅囊)을 둔 종착역(終着驛)에서
    사랑이여, 당신도 딸기밭.
    나도 빠알간 불타는 딸기밭.

    당신이 나를 태우던 불타는 도가니에
    내가 당신을 태우니까

    우리가 돌아갈 고향(故鄕)은
    온통 딸기밭으로 빨갛게 빨갛게 불타오르는

    강렬(强烈)하게 딸기가 완전(完全)히 익는 끓는 밤― 연옥(煉獄)이다.



    정공채 시인의 시 석탄이다. 첫 연애 "어쩌다 우리 인생들 처럼 바닷가에 쌓여 있다."

    표현한 것처럼, 이 시인은 혼돈한 시대적, 정신적 상황을 배경으로 석탄 등의 소재를 원시적,
    또는 행동적 힘의 응결로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서는 석탄이 지니는 이미지나 그 성격을
    묘지라든지 "딸기" '연옥' 등 다양하게 유추하여 고양된 의식을 내비치고 있다. 

    이 연옥이란 죄를 범한 사람의 영혼이 천국에 들어가기 전에, 불에 의한 고통을 받음으로써 그 죄가 씻어진다는 곳을 말한다. 마지막3연 끝의 '당신도 딸기밭 - 나도 빨간 불타는 딸기밭 - 당신이 나를 태우면 불타는 도가니에 - 내가 당신을 태우니까, - 우리가 돌아갈 고향은 - 온통 딸기밭으로 빨갛게 불타오르는- 강렬하게 딸기가 완전히 익는 지는 독자의 몫이다. 시 뿐 아니라 모든 예술은 설명이 아니라 암시적 표현이기 때문이다. 상상의 확장을 위해서 그렇다. 시 석탄이 주는 이미지와 뜻을 영원한 한국의 명시를 읽고 내용을 더 알게 되었다. -작성 김길순-

    정공채 [鄭孔采, 1934.12.12 ~ 2008.4.30] 시인  1934년 경남 하동에서 출생1957년 ≪현대문학≫에 박두진 시인 추천으로 <종이 운다>, <여진>, <하늘과 아들> 등 3편의 시를 발표하며 등단 1958년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시집으로 『정공채 시집 있습니다』(1979), 『해점(海店)』(1981), 『아리랑』(1986) 등이 있음1959년 <석탄>, <자유>, <행동> 등의 시로 제5회 현대문학상 수상. 제2시집 『해점』으로  제1회 한국문학협회상 수상1998년 제8회 편운문학상 본상 수상.  『부산일보』 기자, 『민족일보』 기자, 문화방송 프로듀서, 한국문인협회 및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펜클럽 한국 본부 이사, 한국현대시인협회 회장 역임. 2008년 경남 하동 금오영당에 영면.


    성촌 정공채 시인 문학비 2008.4 구글 이미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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