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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쓰는 여자들의 방나의 이야기 2024. 8. 3. 03:14
쓰는 여자들의 방
김선향
어머니집에 오니 거실은 물론이고
안방까지 난방을 끄셨다.
아직 입춘이 지났을 뿐인데
어머닌 겨우내 이렇게 지내신 셈인가
유일하게 따뜻한 곳은 내가 머무는 방뿐
식탁에 노트북을 펼치자
손가락이 곱아
끙끙거리며 교자상을 방으로 옮긴다
시를 얻으려 소설을 낳으려 저마다
토지문학관에 연희문학창작촌에 예버덩문학의집에
저멀리 땅끝 해남까지도 가고 제주도로 가파도로도 건너가고
호텔 프린스도 간다
나는 여태껏 그런 델 가보지 못했다
그래서 시를 제대로 못 쓰는 셈인가
교자상은 뭔가 불편하고
냉골에 누워 계신 어머닌 마음에 걸리고
고관절염 때문에 콜레트는 침대에 접이식 책상을 올리고
장지에는 변기 위에 널빤때기를 올려놓고
앨리스 먼로는 세탁실에서 소설을 썼다
여자들은 서재 대신 아무데서나 쓴다
도박에 빠진 아버지를 찾으러 가서든
아픈 아이를 어르던 병실에서든쓰는 여자들은 벽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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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향
2005년 <실천문학>등단
'사월 동인, 국제법률경연대하구언대학교 한국어 강사
시집<여자의 장면> <F등급 영화>
이 시는 한국산문 20248월호 이달의 시에 나온 작품입니다. -작성 김길순-'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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