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詩) 나의 시
    나의 이야기 2024. 8. 27. 00:01

     

     

    물옥잠화

     

    나의 시
                                                             서정주

    어느 해 봄이던가, 먼 옛날입니다.
    나는 어느 친척의 부인을 모시고 성안 동백꽃나무 그늘에 와 있었습니다.
    부인은 그 호화로운 꽃들을 피운 하늘의 부분이 어딘가를
    아시기나 하신듯이 앉아계시고, 나는 풀밭 위에 흥근한 낙화가 안쓰러워
    주워 모아서는 부인의 펼쳐든 치마폭에 갖다 놓았습니다.

    쉬임 없이 그 짓을 되풀이하였습니다.

    그 뒤 나는 년년이 서정시를 썼습니다만 그것은 모두가
    그때 그 꽃들을 주서다가 디리던 그 마음과 별로 다름이 없습니다.


    그러나 인제 웬일인지 나는 이것을 받아줄이가 땅 위엔 아무도 없음을 봅니다.
    내가 주워 모은 꽃들은 제절로 내손에서 땅우에 떨어져 구을르고 또 그런
    마음으로 밖에는 나는 내 시를 쓸 수가 없습니다.

    ********************************************************************************

    ● 특별한 형식적인 구성미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서도 시를 이루는 까닭은 그의 순후한 정서에 있다.
    그리고 그 정서는 평생을 경영해 온 시업과 연결되고 있다. 정서를 넌즈시 약간씩만 내비침으로서
    독자로 하여금 궁금증과 함께 일종의 신비의식을 자아내게 하고 있음을 본다.
    ***************
    출생1915년 5월 18일 ~ 2000년 12월 24일(향년 85세) 
    *영원한 한국의 명시를 읽고  -작성 김길순-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연은 살아 있는 창작실  (71) 2024.09.08
    (시) 가을비 내리는 오후  (87) 2024.09.06
    (시) 마로니에 공원  (135) 2024.08.26
    파블로 네루다 시(詩)  (122) 2024.08.25
    (시) 행복  (136) 2024.08.24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