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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
문태준
나는 이 가방을 오래 메고 다녔어
가방 속엔
바닷가와 흰 목덜미의 파도
재수록한 시
그날의 마지막 석양 빛
이별의 낙수낙수 소리
백합과 접힌 나비
건강한 해바라기
맞은편에 마른 잎
어제의 귀띔
나를 부축하던 약속
희락의 첫 눈송이
물풍선 같은 슬픔
오늘은 당신이 메고 가는군
해변을 걸어가는군
가방 속에
파도 치는 나를 넣고서
- 계간 《미네르바》 2024년 가을호
문태준199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시집 『수런거리는 뒤란』 『맨발』 『가재미』 『그늘의 발달』 『먼 곳』 『우리들의 마지막 얼굴』
『내가 사모하는 일에 무슨 끝이 있나요』 『아침은 생각한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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