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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먼 내일, 따로국밥 그 아저씨전체보기 2010. 12. 26. 05:30
사랑은 먼 내일, 따로국밥 그 아저씨
김길순
원래 그 아저씨 별명이 따로 국밥이라고 소문났었지. 직장에서 퇴근하면 초,중,고, 대학 동창회 번갈아 만나고 연휴 때는 날 잡아 바다로 들로 산으로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는데 어느 날 무주구천동으로 감을 따러갔다 한다. 그 사이 부인은 애글복글 속상해 하는데 돌아온 남편 이렇게 많은 감을 따 왔잖아. 아이고 날 좀 보소 감이야 시장에 가면 자동차 기름 값 반이면 사고도 남는 것을 친구랑 감 따고 달도 따고 뽕도 땄지러. 따로국밥 이 남편아 하며 감 자루를 쏟아 붓는데 땡글땡글 감 떨어진다. 앞집 베란다에서 우리 집 쪽으로 주루루룩-
어느 날 새벽 대문소리 요란스럽다 따로국밥 아저씨 소리가 들리고 내용인즉 지난밤에 술 먹고 늦게 귀가하다 택시에 내려 마냥 비틀비틀 집 찾아 걸어가는데 온 세상은 뿌연 으스름 달빛같이 보여서 손에 잡히는 것이 대문으로 알고 들어갔다 한다. 후끈한 방인 줄 알고 스러져 눕는 순간 그 아저씨 아이고 따가워 사람 살려 하고 나왔다 한다. 들어간 곳이 서초동 꽃마을 비닐하우스 선인장 재배하는 곳에 넘어졌으니 오죽했겠는가.
얼굴하며 선인장 가시가 양 사방에 꽂혀 술김에도 사람 살려 달라 소리쳐서 경찰이 집에 데리고 오니 새벽 네 시가 넘었다. 온 동리 사람 잠 다 깨워 놓고 그래도 할 말 남아 중얼중얼. 그 아주머니의 한스러운 여운 남기는 말이 오래 잊혀지질 않고 마음속에 맴돈다. 우리 집 양반은 따로국밥이에요. 밤낮 나를 떼놓고 다녀서 밥 따로 국 따로 논다 이름 하여 따로국밥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사랑은 먼 내일이여 하며 손사래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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