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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질을 하다가
김길순
혹한 추위가 계속되던 지난 주일에 두둑한 코트에 목도리를
두른 채 면양말에 편한 운동화를 신고 교회엘 갔었다.
얼굴은 확 달아오르나 발밑은 냉랭했다. 어디서 냉한 기운이
스미는지 발이 몹시 시렸다. 집에 돌아온 후에는 오래 전에 쓰고
남은 털실을 찾아내었다.
덧버선을 뜨려고 코를 잡았지만 영 맞추기가 어려웠다. 짐작대로
뜨개질을 하여 나갔다. 아아, 급한 마음에 뜨다보니 제대로 되지 않았다.
저 아래에서 코를 빠트렸으니 어쩌면 좋을까. 빠트린 코하나 때문에
드르륵 풀어내는 기분, 애써 모른척하고 지나오면 더 일이 커지고
나중에는 나를 아주 힘들게 할 게 분명했다.
그래, 이렇게 힘들어도 돌아갈 수 있는 길이지만 내 인생이 걸어온
발자취도 다시 처음부터 되돌아가 걸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잘못된 코 바로 잡으려 풀어내며 인생행로를 생각해 본다.
털실을 드르륵 드르륵 자꾸만 풀어낸다 해도 다시
되돌릴 수 없는 게 인생길이 아닌가.
인생이 뜨개질 길 만도 못하다고 해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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