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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작난로가 추위를
김길순
신내동 산자락에 사는 친구 집, 며칠 비워둔 사이 물이 꽁꽁 얼어
보일러가 터졌다고 한다. 긴급 구입한 장작난로 땔감으론 지난여름
곰파스 태풍 때 생 뿌리채 쓰러진 나무 가지가 주가 되고 불 쏘시개는
솔가리 대신 지난 여름 말려 두었던 고춧대 줄거리를 썼다고 한다.
타다닥 타면서 매콤한 내 음이 거실 안을 채우자 두 부부는 재채기를
연속하면서도 서서히 빨갛게 타오르는 장작난로 옆에서 음력 섣달의
긴긴밤을 손을 녹이며 마음도 녹여 지난밤을 난로가에서 잤다는 얘기를
오늘 만났을 때 들었다.
집에 오는 길 코트 뒤에 달린 모자를 깊숙이 쓰고 올 때 그 장작난로의
빨간 불과 연통에서 뿜어내는 연기가 본것 같이 눈에 아롱이며 마음을
훈훈하게 댑혀주었다. 잊혀진 장작난로가 다시금 떠오르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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