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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가는 길
김길순
비는 부슬부슬 내려 차창에 이슬방울 맺히고 창밖에 끝없이 이어진
옥수수 밭이 병사들의 행렬처럼 푸른 제복을 입고 일렬로 서서 행군할
자세로 서있는 것 같았다.
인적이 보이지 않은 판자 집 같은 문 닫힌 집이 보이고 그렇게 수 시간
달려가면 백두산 아래에 버스가 선다.
빗길에 미끌미끌 바위를 타고 기다시피 오른다. 가끔 비바람 모질게
몰아쳐 키가 자랄 수 없는 키 작은 노란바람꽃이 나풀나풀 연신 고개를
흔들며 인사를 했다. 한차례 바람이 지나고 비가 거친 후 꼭대기 난간에
서니 꿈에도 그리던 백두산 천지 호수가 희뿌옇게 속살을 보이기 시작했다.
함성이 터지는 소리 무엇이 그 보다 더 기쁘랴! 호흡을 가다덤고
만남도 잠시 사랑하는 자식을 남겨두고 돌아서는 그러한 기분으로 백두산을
뒤로하고 내려오고 있었다.
그 만남의 설렘이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고 가끔 백두산 천지와 초록빛
옥수수 나무들이 있는 중국 연변 마을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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