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물 시
추억에서·30
박재삼
국민학교를 나온 형이
花月여관 심부름꾼으로 있을 때
그 층층계 밑에 옹송그리고 얼마를 떨고 있으면
손님들이 먹다가 남은 음식을 싸서
나를 향해 남몰래 던져 주었다.
집에 가면 엄마와 아빠
그리고 두 누이동생이
浮黃에 떠서 그래도 웃으면서
반가이 맞이했다.
나는 맛있는 것을
많이 많이 먹었다며
빤한 거짓말을 꾸미고
문득 뒷간에라도 가는 척
뜰에 나서면
바다 위에는 달이 떴는데
내 눈물과 함께
안개가 어려 있었다.
**************************
추억에서·3박재삼
해방된 다음해
魯山 언덕에 가서
눈아래 貿易회사 자리
홀로 三千浦中學校 입학식을 보았다.
기부금 三천원이 없어서
그 학교에 못 간 나는
여기에 쫓겨오듯 와서
빛나는 모표와 모자와 새 교복을
눈물 속에서 보았다.
그러나 저 먼 바다
섬가에 부딪히는 물보라를
또는 하늘하늘 뜬 작은 배가
햇빛 속에서 길을 내며 가는 것을
눈여겨 뚫어지게 보았다.
학교에 가는 대신
이 눈물 범벅을 씻고
세상을 멋지게 훌륭하게
헤쳐 가리라 다짐했다.
그것이 오늘토록 밀려서
내 주위에 너무 많은 것에 지쳐
이제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
그것만 어렴풋이 배웠다.
*************************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詩) 남으로 창을 내겠소 (83) 2023.05.09 윤선도의 <오우가> 중에서 (81) 2023.05.08 시집이 명함이다 (79) 2023.05.06 (詩) 한 / 박재삼 (72) 2023.05.05 (詩) 5월을 드립니다 (85) 2023.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