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
-
(시) 기숙사 2116호 실에서나의 이야기 2023. 3. 5. 00:01
기숙사 2116호 실에서 이상윤 1 심야에 정신 번쩍 먹물이 퍼진 사방 몸뚱이 어둠 한 폭에 돌돌 감겨 멍때리다 홀연히 천장과 옷장 마주하자 멀고도 가까워 2 커튼 틈푸르스름 갓밝이 차란차란 서늘한 황홀 속에 마비된 채 내리닫다 정지된 흐름의 끝은 꿈쩍 않는 해저려나 ***************************************************** * 월간문학 제165회 신인작품상 당선작 시조입니다. 당선소감 말 중에서- 를 짓게 된 계기가 떠 올랐습니다. 석사과정 때 기숙사 생활을 하던 어느 날 저는 깊은 밤에 잠이 깼습니다. 주위를 살피다가 홀연히 묘한 느낌과 심상을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이를 계기로 포기했던 시조의 길을 다시 걷기로 결심했습니다. 과분한 영예를 주신 심사위원님께 깊은 ..
-
노을의 노래나의 이야기 2023. 3. 4. 00:01
노을의 노래 가영심 추억처럼 아름다운 생의 무늬들은 바람 불면 깃발로 나부끼는 그리움이었네 내 눈부신 꿈들은 아직 젖어있어 젖어서 노을의 뼈들로 불타고 있네 울음으로 벗어놓은 마음의 상처들이 제 홀로 뿌리를 내리면 붉게 물들은 노을 하늘엔 피에 젖은 상처와 아픔으로 퍼져가네 어둠이 내리고 달빛 눈부신 밤의 적막이여 시린 외로움은 고요로 깊어져 가고 내 가슴엔 쓸쓸함만 남아 바람으로 떠도네. * ***************************************************** [가영심 (賈永心)시인 약력] 1975년 월간「시문학」등단. 충북대학교,상명대학교,유한대학교 강사역임. 시집: 『저녁향기』, 『마음의 날개』, 시선집 『거울 속 불꽃놀이』외 7권. PEN문학상,한국현대시인상,한국문협작가..
-
(詩) 아이는 끊임없이 울고 있었다(떨기 나무)나의 이야기 2023. 3. 3. 00:01
떨기 나무 김춘리 아이는 끊임없이 울고 있었다 비행기 통로를 서성거리며 입양아를 부둥켜안고 어쩔 줄 몰라 하던 은발 남자의 눈은 회색이어서 머리는 새털 같고 덤불 같았다 제가 잠시 안아볼까요? 그는 웃으며 정중히 사양했다 제 아이입니다. 딱 한 번 가 보았던 할머니 집으로 엄마를 찾으러 간 적 있다 엄마는 반기지도 안아주지도 않았다 엄마의 어깨 위에는 새집 같은 덤불이 얹혀 있었다 한 번도 새가 깃든 적 없는 담벼락 떨기나무는 덤불에 가려져 있었다 바람이 불면 총 맞은 것처럼 비둘기나 도요새 무늬 같은 덤불이 펄펄 날렸고 새를 더럽힌다며 엄마는 떨기나무를 자르기 시작했다 덤불에 스며든 빛은 아름다운 스테인리스 무늬처럼 보였다 틈새로 나를 찌르던 빛을 시간이라고 불렀다 혼잣말이 익숙해서 뱉지 못한 말이 입..
-
<사람을 찾습니다> 글을 읽고나의 이야기 2023. 3. 2. 00:01
글을 읽고 -작성 김길순- 사람을 찾습니다. 그는 어디서나 가장 확실한 사람의 구실을 해낼 수 있는 믿음직스러운 사람입니다. 그 사람은 얼른 보아서 잘생겼 다거나 못생겼다거나 하는 분별이 서지 않습니다. 그 모습은 어디선가 많이 본 듯 익숙하며, 어제보다는 오늘 본모습, 오늘 보다는 내일 보는 모습이 더 정겨운 그런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의 이마는 가을 하늘이 얽힌 산정(山頂)과 같이 시원하며, 그의 눈은 영원을 통찰하는 듯 멀고 깊습니다. 그 사람은 말을 아껴서 합니다. 많은 말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대중 앞에서 그럴듯하게 과시하지 않습니다.(생략) 나는 이와 비슷한 사람을 가끔가끔 만납니다. 그러나, 곧 그가 아님을 발견하게 되면 나는 다시 긴 유랑의 길을 떠나듯 그를 찾아 떠나곤 했습니다. -이향아..
-
우리는 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것이 아니고 웃기 때문에...나의 이야기 2023. 3. 1. 00:01
우리는 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것이 아니고 웃기 때문에 행복하다 작성 김길순 "우리는 행복하기 때문에 웃는 것이 아니고 웃기 때문에 행복하다." -윌리엄 제임스 간결한 이 말은 감명을 준다. 짧으면서도 이치에 타당하기 때문이다. 윌리엄 제임스(1842~ 1910)는 미국 하버드대 교수를 역임했고, 심리학자이자 철학자로 알려졌으며, 근대 심리학 창시자로 유명하다. 제임스 윌리엄은 과거 감각의 모상을 그대로 다시 나타내는 재생적 상상과 과거에 경험한 감각의 인상에서 추출 결합하여 새로운 전일체를 구성하는 생산적 상상으로 구별했다. 특히 시나 소설을 쓰는 데는 그의 생산적 상상(창조적 상상)이 필요하다. 창작을 하기 위해서는 기억의 잔상을 분해하고 결합하며 변화시킴으로써 작품이 얻기 때문이다. "오늘 웃기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