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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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 농촌 계몽운동을 위해서 혼신을 다한 청년 심훈나의 이야기 2023. 3. 13. 00:01
1930년 농촌 계몽운동을 위해서 혼신을 다한 청년 심훈 김길순 심훈의 글을 보면 겨울철에 보리밥을 먹고 보리도 떨어지면 시래기 죽을 끓여 먹고 와서는 이밥이나 두둑히 먹고 온 듯이 목소리를 높여 글을 가르친다. 농촌 계몽을 위해 야학을 열고 희생적인 봉사를 아끼지 않는 청년들에게 마음 깊이 우러나오는 찬사를 아낌없이 보내면서도 그들과 함께 동고동락하지 못하 는 시대의 기형아인 창백한 인텔리로서의 탄식을 토로하고 그는 나약한 자아의 성찰과 비행동적인 예술가 부류를 비판하고, 소위 농촌의 소영웅이라고 일컫는 실천가로서의 농촌 계몽자들에 대한 찬사를 아낌없이 보냄으로써 건전한 삶의 태도와 함께 민족주의적 신념을 설명적 묘사로 내비 치고 있다. 심훈 하면 소설과 이라는 시를 쉽게 떠올리 게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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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동백꽃처럼나의 이야기 2023. 3. 12. 00:01
동백꽃처럼 서숙희 흰 눈 위에 동백 한 송이 붉게 뛰어내렸다 다짐 같은 얼음 한 잎 가만히 깨물고서 단 한 번 연습 없이도 단정하게 마감한 생 놓아버린다는 것은 저처럼 선명한 것 어린 봄의 귓불 같은 차마 못 놓은 인연 깨끗한 살의殺意의 혀를, 꽃처럼 받고 싶다 『좋은시조』(2017, 여름호) ******************************************* 1992년 《매일신문》《부산일보》시조 등단. 〈한국시조작품상〉外 시집『물의 이빨』外 - 작성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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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외갓집나의 이야기 2023. 3. 11. 00:01
2023년 <동양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 윤연옥 외갓집 윤연옥 낡은 일기장에는 작은 파편들이 널려있고 가을이 데려 온 바람 놀다간 자리서 햇볕 냄새가 난다 툇마루서 뒹굴던 고슬한 추억 손바닥으로 만지고 쓸어보면 햇살처럼 보드랍고 따뜻해 속절없이 내려놓는 한조각 그리움 찬바람 불어 시린 속 일상 허기 달래면 동강 난 필름 마주보고 웃는다 장독대 항아리 속 웅크리고 있던 홍시 외할머니 손에서 단내를 풍기고 까치밥 쪼던 까치 한낮 풍경이 되다 꼬물대며 하냥 기어가는 사랑의 자취들 우화의 날갯짓 소리에 불빛 찬란하게 몸 바꾼 뜨락 가뭇없이 떠나가는 파편 한 조각 집어 들고 무심의 공덕이라 해조음에 하늘만 본다 -작성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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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갈대밭머리 2나의 이야기 2023. 3. 10. 00:01
갈대밭머리 이혜선 '철마는 달리고 싶다' 그 심장에 쓰인 하얀 글씨 혼자 달린다 민간인 통제선 안, 월정리 역 전쟁 때 폭탄 맞은 기차와 레일 녹슬고 뒤집혀 하늘 보고 누워 있다 밤마다 내 몸뚱이가 늘어난다 비틀리고 우그러진 레일 두 줄기를 이어서 뻗어간다 달의 심장 한 조각 훨훨 벌판을 달린다 비무장지대바다 건너 길게 기적을 울린다 철원평야 갈라진 궁예의 갈비뼈들 철의 삼각지에 묻힌 후예의 갈비뼈들 새빨간 피의 능선 올라 절룩이며 한탄강을 건너간다 뒤집혀 출렁이는 물결 위 눈 떠보면 아직 나는 갈대머리 찰진 흙 속에 군번 없는 해골로 누워있다 갈대꽃 하얀붓이 하늘도화지에 쓰고 있다 '이제는 모두 달리고 싶디' *문학과 통일제8호 초대 시 이혜선- 1981 추천. 문학박사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문체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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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영원한 과정 속의 무지개나의 이야기 2023. 3. 9. 00:01
행복은 영원한 과정 속의 무지개 김길순 생명이 있는 곳에 사랑이 있고, 사랑이 있는 곳에 생명이 있다. 그래서 햇볕의 미소에 바람의 애무가 따른다. 만산평야에 세우초목,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가슴 설렌다는 말을 하고 보니 민태원의 청춘예찬이 생각난다.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이는 말이다." 이 얼마나 신바람나는 말인가. 세상은 변한다 하여도 자연은 변함이 없다. 우리나라 춘하추동 사계절은 선명하다. 봄이면 변함없이 꽃피고 새 울고 봄바람이 분다. 살아 가는데 사랑이 없으면 인간은 사막이라고 했다. 희망의 꽃, 행복의 일출, 아름다운 노을이 없으면 쓸쓸한 인간에 남는 것은 좌절과 절망 뿐이리라. 먼 산너머 무지개가 아름답다지만, 쫒아가 보면 다시 저만치에 있지 가까이에는 보이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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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하관나의 이야기 2023. 3. 8. 00:01
* 경상 매일 신문 詩境의 아침 발표 하관 마경덕 입관보다 더 깊은 매장埋葬 반듯한 오후 한 시의 귀퉁이가 허물어지고 세상의 끝, 출구는 없었다 어머니는 마지막 인사를 두 손에 쥐고 갱도를 따라 캄캄한 막장으로 들어가셨다 알고 보니 죽음은 생전의 걸음처럼 뒤뚱뒤뚱 무게를 달아 눕히는 것 얼마나 모진 삶이었는지 관이 기우뚱거리고 멀어서, 바빠서, 힘들어서 이런 저런 핑계가 매달려 고인의 무릎이 휘청거렸다 빙 둘러서서 밀린 불효를 지우듯 몇 삽의 흙을 끼얹고 남은 울음까지 얹어드렸다 입을 가슴에 묻고 가신 어머니, 아홉 자식의 허물을 한 마디도 흘리지 않으셨다 호상이라는 말로 서로를 위로했다 긴 병치레에 통장의 잔고는 바닥이 나고 유산遺産 한 점 없어 멱살잡이할 이유가 없었다 빗물에도 녹슬지 않는 단단한 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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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행성에서 외 1편나의 이야기 2023. 3. 7. 00:01
행성에서 김춘리 비둘기가 앉는 순간 창문이라는 거주가 시작되었다 배워본 적 없는 오토바이는 퀵서비스의 속도로 멀어지는 행성이어서 가스와 먼지로 둘러싸이고 포장된 우리는 흔들리고 황급히 달리며 인사하는 것을 잊어버렸다 기상관측소에서 파도가 밀려온다는 경고문을 행성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주꾸미 먹물같이 관측이 불가능했던 일상들 비탈은 취향의 문제이므로 풍경을 자르면 취향이 사라졌다 옥탑방은 구글지도에 없는 풍경이어서 굴러 떨어진 적이 있다 방지 턱을 보지 못해 굴러 떨어진 뼈를 주우며 우리는 이동하는 행성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스키드 마크가 희미해지기 전에 전파망원경 밖으로 멀어지기 전에 행성이라는 포장에서 나를 꺼내야 했다 ****** 기념일 / 김춘리 해변에 있는 소돌 슈퍼는 애니가 좋아하는 가게다 밀가루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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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솥밥 문화의 미운정 고운정나의 이야기 2023. 3. 6. 00:01
한솥밥 문화의 미운정 고운정 이어령의 을 읽고 김길순 빵의 문화는 개인주의 문화이고 정복의 문화이며 활동의 문화, 상업의 문화라고 했다. 빵이 있는 곳에 전쟁이 있었고 개척이 있었다. 자유롭게 분리했고, 집을 떠서, 고향을 떠나서 행동할 수 있었다. 한솥밥의 문화는 인정미학으로 전이했다. 유목민들처럼 집을 떠나 살 수 없다. 밥을 통해 안부를 묻는 게 인사였고, 밥을 통해 인정미학을살려냈다. 시골 버스 운전 기사가 맞은편에서 오는 버스와 지나칠 때 속도를 줄이고 잠깐 서더니 건너편 기사에게 "밥 먹었어?" 하면 거너편 기사도 "밥 많이먹었어?" 하고 지나간다. 한국인은 밥만으로도 살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밥에는 단순히 배만을 채우는 그 물질만이 아니라 그 김처럼 정이 서려 있고 사랑이 배어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