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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처럼
김길순
재활용 폐휴지 잔뜩 모아 다니던 얌전한 할머니
아들이 사업실패하고 고혈압으로 쓰러져
며느리가 생계를 하며 가정을
꾸려나간다던 그 할머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힘에 부치게
폐휴지를 모아 끌고 다녔었지.
어찌 안보여 물어 보았더니
흰 눈 내리는 차가운 날 꽃잎 지듯
살포시 땅으로 낙화落花하셨다고 알려주네.
차라리 육신은 편하실 진 몰라도
삶의 애착 병들은 아들위해 동전 몇 푼
모으려던 할머니의 작은 소망을
어찌 두고 가셨을꼬.
흰 눈은 오늘도 속절없이 내리네.
하얀 백발로 삶을 지탱하던 할머니
부디 하얀 눈 이불삼아 고이 잠드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