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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움 타는 그녀
김길순
요즘 한여름 같이 무더운 날씨에 냉한 얘기는 조금이라도 마음을 서늘하게 해줄까 해서 이야기 해 보기로 한다.
그녀는 뽀시락 소리에도 소스라치게 놀라고 밤이면 깊은 잠에 빠지지 못한다고 한다. 애기를 등에 업고 설거지를
할 때도 본인의 머릿칼이 목덜미에 스칠 때도 섬뜩하게 놀란다고 했다.
어느 날 무슨 생각을 하다 그날 밤은 도저히 잠을 못잘 것 같아 멀리 있는 친정 여동생까지 오라고 했는데 밤이 되자
한 침대에서 동생과 남편 그렇게 셋이 같이 잤다고 했다. 물론 남편은 거북해서 못잘 것 같다고 했지만 어찌나 무서워
하던지 어쩔 수 없었다고 했다.
남편은 직장에서도 갑자기 오라는 연락을 받으면 바로 가야만 한다고 했다. 그래서 결혼 한지 얼마 되지 않아도 벌써
직장을 두 번이나 옮겼다고 한다. 티비에 나온 그녀는 3십대 초반같이 아주 젊고 예뻤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잠 못 들고 무서웠던 때는 죽음과 연결되었을 때이다.
부모님이 돌아갔을 때는 일 년 가까이 눈물이 걸핏하면 나왔고 어린자식을 떠나보냈을 때는
눈물보다 무서워서 밤만 되면 혼자 있지를 못했었다.
그녀의 얘기를 들어보니 중학교 다닐 때 갑자기 어머님이 돌아 가셨다고 했다. 한창 꿈 많든 소녀시절에 감당하기
어려운 슬픔과 놀라움이 정신적으로 안정을 찾지 못하고 병이 되었을 것이다. 내가 보기에는 정신과 병원에 가서 안정을
찾는 치료를 해야 될 줄로 안다.
나는 잠이 안 올때 병원엘 찾았더니 집에 돌아가면서 강아지 한 마리를 사 가라고 의사 선생님이 일러 주셨다. 그래서
애지중지 강아지에게 애정을 쏟아 붓다보니 잠도 잘 오고 무서움도 없어졌다. 그녀에게도 무서움을 없이 해 주는 다른 방도가
있을 것이다. 백사람이 옆을 지키는 것보다 원인을 찾아 치료를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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