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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물건을 보면
김길순
내가 결혼하기 전에는 가끔 시집간 언니 집엘 놀러가곤 했다. 큰언니는 특히 가구에 관심을
두고 칠보 장롱이며 문갑이며 장식장이며 집안에 들어서면 자개가 박혀있어 화려하게 빛이 났다.
와! 사장님 저택에 둔 가구는 이정도 되어야 되나보다. 했다.
그 빛난 가구들을 친척들 집에 논아 주고 몇 점만 가지고 서울로 이사를 왔다. 그 후 형부와 언니가
나이 탓도 있겠지만 건강이 안 좋아 늘 병원 신세를 지고 사는 편이었다. 어쩌다 한번 들리면 나이만큼
가구도 늙어 고물들이 되어 있었다. 이 땅에 있는 한 낡은 가구와 같이 하겠다는 심상心像으로 보였다.
웬만하면 새것으로 바꾸지 하고 내가 선듯 새것으로 갈아주고 싶은 충동이 생기기도 했다.
남의 말 할 때가 아닌 것을 느꼈다. 이사 온지 몇 년 지나니 우리 집 가구도 고물로 변해 간다.
안방 장롱도 이십년 가까워지니 몰골에 흠이 생겨 볼 때마다 바꿔야지 하면서도 결단이 안 생긴다. 이사를
가지 않고는 바꾸기 힘든다.
우리는 가구뿐만이 아니라 귀중하면서도 좁은 공간 때문에 애물단지로 변한 책도 함부로 버리지 못함은
그 속에 귀한 내용이 들어있는 책이기 때문이다. 살다보면 애지중지한 물건도 모두가 외관상 고물이 된다.
고물을 쉽게 정리 한다는건 마음대로 되지 않는것이 현실이다. 큰 창고가 있다면 상황은 다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