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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안전 안내문자
    나의 이야기 2023. 4. 17. 00:01

     

     

    안전 안내문자 

                                                         마경덕

     

    하루에도 몇 번씩 나를 찾아오는 낯선 이름들

    한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을 찾아달라는 간절한 부탁이

    난감하다

     

    이름 나이 성별 키 몸무게 옷차림

    실종된 날짜가 휴대폰에 뜬다

    짝짝이 신발을 신고 기억을 벗어두고 나간

    사람들은 집을 두고 어디에서 무엇을 할까

     

    흘깃 보고 삭제되는 실종자들

    짧은 연민이 다녀간 빈자리에 다시 날아와 자리를 잡는

    넘치고 넘치는 사건들

    검지손가락이 잠시 망설인다

     

    어느 퇴직 형사는

    범인들을 잡고 보니 돌아갈 곳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집을 잃고 어둠 속을 떠돈다는 건

    세상천지 외톨이가 맨손으로 칼날을 움켜쥐는 일

     

    기억을 실종한 낙엽 한 장

    철지난 얇은 옷을 입고 벌벌 떨며

    망망대해를 표류 중이라고

    물속 깊이 가라앉기 전 안전하게 집으로 보내달라고

     

    부고보다 더 쓸쓸한 문자가 낯선 나에게 손을 내민다

     

    『동행문학』 2022. 창간호 -

     

    *********************************************

     

    전남 여수 출생
    2003년 <세계일보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신발론』 『글러브 중독자』​ 『사물의 입』​ 

    마경덕 카페에서 발췌 - 작성 김길순-

     

     

    더덕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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