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숟가락
마경덕
제비 새끼처럼
넙죽넙죽 입을 벌리던 일곱 살
겨울을 지나 봄이 오도록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닌 숟가락 하나 있었다
가을볕을 담뿍 삼킨
몰랑한 대봉감을
숟가락으로 떠먹이던 흐뭇한 할머니
늦가을 감나무에
꼭지만 남은 할머니와 잃어버린 놋숟가락이 매달렸다
감씨를 쪼개니 숟가락이 들어있다
그동안 감나무도
숨겨둔 숟가락으로 제 살을 떠먹여 준 것이다
「다층」 2023년 봄호
[출처] 마경덕 카페 , 작성자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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