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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詩) 그 사람 - 노점상 장씨
    나의 이야기 2023. 7. 28. 00:01

     

     

    그 사람    
                   - 노점상 장씨

                                           

                                           심강우

     

     

    그 정류장 근처에 무명 시인이 산다

    오가는 노선의 행간에서 그가 펼쳐 보이는

    산나물 햇과일 따위의 함축적 의미는 생략,

    번번이 퇴고되지 않은 상태로 발표한다

    더러 감상문을 제출하는 독자에게

    목숨이 말간 시 한 대목을 뚝 떼어

    거래의 기본 예의를 차리는 이런 장날,

    습작 시절을 한결같이 성원해 준 사람들에게

    고단한 시간의 흙뿌리를 털어 건넨다

    오늘도 그는 못생겨서 단단한 시편을 게재한다

    더러 참았던 설움이 결리고 욱신거릴 때

    그는 그간의 곡절 달여서 우려낸

    가시 달린 그대로의 시재詩材를 필사한다

    진심과 울림이란 단어를 자주 갈무리하고

    산지 가격을 현지 낭송으로 치환해 보지만

    어깨 굽은 광주리의 배경은 늘 그 자리다

    사락사락 눈 내리는 저녁의 구김살 없는 기억을

    봄날 분분한 벚꽃무늬로 편집한 좌판의 시집

    지어미의 유고작과 요절한 큰아들의 작품까지

    그가 발표한 서정시의 연원은 유구한데

    매일 하는 일이 등단인데 뭘 또 등단이냐고

    슬쩍 기운 보도블록에 서서 습작에 골몰한다

    오가는 사람들의 손짓을 연필로

    돌아서는 발길을 지우개로 쓰는 시인

    계절은 그에게 잊지 않고 원고청탁서를 보낸다

     

    『詩人精神』 2023. 여름호

     

    ******************************************

     

    심강우 (시인·소설가)

    2013년 시‘서술의 방식’으로 수주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시인 등단
    199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
    2012년 경상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2017년 눈높이 아동문학상 동시 부문 당선
    2017년 어린이동산 중편동화 당선
    2018년 소설집 『전망대 혹은 세상의 끝』성호문학상 수상
    2019년 대구문화재단 개인예술가 창작지원 수혜
    2022년 제1회 동피랑문학상 작품상 수상
    2023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시 부문 발표지원 수혜

    시집『색』 소설집『전망대 혹은 세상의 끝』『꽁치가 숨쉬는 방』

    동시집『쉿!』『마녀를 공부하는 시간』 동화집 『꿈꾸는 의자』 장편동화 『시간의 숲』
    [출처]마경덕 카페에서 -작성 김길순- 

     

     

    다음 이미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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