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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비
임성규
그을음이라 써놓고
그리움으로 읽는다
오래된 바닥에 눌러붙은 불의 기억
닦는다, 속살 보일 때
붉어지는 네 낯빛
들썩이는 뚜껑을 슬며시 들추면
일어서는 거품 속에서
소리가 흘러내려
불현 듯 나도 모르게
닦아낸 말의 무늬
기울어진 길 위로 타닥타닥 피는 어둠
까맣게 타버린 냄비 속 감자 같은
더 이상 씻을 수 없는
하루를 벗겨낸다
<제19회 오늘의시조문학상 수상작품>
-《가히》 2023년 봄호-작성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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