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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신안 증도 일몰 저녁노을
김철
나이가
구상 시인 즈음 되니
저녁노을이 저녁노을 같지 않다.
언제나 황홀했던 그 붉은 빛깔이
문득
만장같이 보이기도 하고함부로 다가가서는 안 될
분화구의 입술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쩌면
어차피 한 번은 들어가야 할
불잉걸 속의 세상 같기도 하고
처절한 인생의 절규가 피처럼 번져 있는
영사막 같기도 하고
그것을 바라보다 나는
눈을 감는다.
울긋불긋 단풍 든
저 하늘 건너편에 숨어
나를 기다리고 있을
또 하나의 나를 찾아
먼길하기 위하여.
※ 한국문학인 2024년 봄호에 실린 글입니다. -작성 김길순-청도 혼신지 일몰 '나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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