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산 대추가 왔어요, 그 대추가전체보기 2011. 1. 2. 04:03
국산 대추가 왔어요, 그 대추가
김길순
빨갛게 익은 대추 한 트럭를 싣고
국산 대추가 왔어요. 대추가
스피커로 외친다.
저 쪼글쪼글하게 마른 대추를 보니
주름 잡힌 할머니의 얼굴이 떠오른다.
한평생 만고풍상을 겪고
살아온 할머니의 가슴 속처럼
아주 빨갛게 햇볕에 익어 바삭하다.
나는 한 댓 박 사가지고 와서
그 쪼글쪼글 쪼그라진 대추
얼굴을 편다.
주전자에서 구수한 대추향이
거실에 은은하게 퍼진다.
이제야 청춘의 팽팽한 열여덟
아가씨 얼굴모양으로 피어진 대추,
달콤한 맛! 청춘을 되살린 빛
하얀 찻잔에 빨갛게 담아져
가슴 구석구석 온기를 준다.
나도 익은 대추빛으로 피어난다.
'전체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짝 엎드린 물가자미가 (0) 2011.01.05 상수리나무에 흰 눈이 내린다 (0) 2011.01.03 활기차고 훈훈한 정감 넘치는 한 해로 (0) 2011.01.01 2010년 마지막 달력을 떼는 날 (0) 2010.12.31 한해를 보내면서 나의 시집과 빗방울 시 (0) 2010.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