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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업 시간에 웃다가
    전체보기 2012. 7. 25. 06:04

     

     

     

     

     

     

     

     

     

     

     

     

     

     

     

     

     

     

     

     

     

     

     

     

     

    수업 시간에 웃다가

     

                                                                                                                 김길순

     

     

     

    수업시간에 킥킥 웃다가 선생님께 들켜 교실 밖으로 쫓겨나 오래 서있었다. 나의 웃음은 좀처럼 멈춰지질 안았다.

    이유는 생물 시간에 실험에 쓰이려고 준비해온 개구리 때문이었다. 수업시간 벨이 울리기전 옆 교실에서 일어난 일이다.

     

    유리병에 여러 마리를 넣어온 개구리가 한꺼번에 탈출을 해서 책상 위며 흑판 위며 양 사방 뛰는 개구리를 잡으려고 반 학생이 모두 우왕자왕하다 수업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잠시 후 선생님이 불러서 교실에 들어갔다. 너 오늘 웃는 이유를 말해 보라시기에 자초지정 개구리 때문이라고 솔직히 말씀 드렸다.

     

    선생님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별것 아닌 걸 가지고 그렇게 웃었냐고 하셨다. 열네 살 중 일학년 때였으니 그 때는 말똥만 굴러가도 웃을 나이였다. 나는 그 때서야 선생님이 왜 그렇게 나를 혼내면서 밖으로 나가게 했냐는 이유를 직감적으로 알았다. 선생님은 아마도 자신의 별명 때문에 웃는 줄 알았다고 나는 생각이 되었다.

     

    선생님 별명은 U궁디라고 불렀다. 엉덩이가 오리엉덩이같이 유난히 컷기 때문이다. 한창 사춘기 때라 그렇게 여학생들이 웃자고 별명을 버릇없이 말하고 다닐 때였다. 스승의 그림자를 밟아도 안 된다는 얘기는 훨씬 나중에 이해를 했다.

    그 때 알기로는 아들 한명을 데리고 혼자의 힘으로 힘겹게 사시는 선생님으로 알았기 때문에 별명 이외에는 늘 존경하며 재봉시간에 충실하고 싶었다.

     

    세월이 지나 여고를 졸업하고 그 선생님의 안부를 후배들에게 물었다. 그런데 그 후 선생님은 다른 지방으로 전근을 가셨다고 했다. 그 곳에서는 학생들이 붙여준 별명은 달랐다고 했다. U궁디가 아니라 U주디로 통한다고 했다. 듣는 순간 당장달려가 혼쭐을 내주고  소문을 잠재우고 싶었지만 방도가 없었다.

     

    유난히 엉덩이와 입술이 돌출했기에 붙여진 별명이다. 차라리 궁덩이가 났지 주둥이는 너무 심했다고 생각이되었다. 별명을 붙여준 그 학생들이 얄미워 지고 야속해지기 까지 했다. 선생님께서 두번째 별명도 알고 계셨다면  오죽 했으랴 싶다.

     

    선생님 제가 붙인 별명은 아니지만 제가 죄송해집니다. 선생님 그리웁고 뵙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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