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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에서 김길순 대청마루 끝까지 비추던 여름 햇살은 숲 속으로 숨어 버리고, 소수서원 기와지붕에 도 뜰에도 가을볕이 한가로이 눈부신 가운 데, 고추잠자리 날고 청개구리 갈잎에 앉 아 햇살을 잡으려 하고 있었다. 빨갛게 익은 사과 밭을 지나오며 지워지지 않는 것은 모고(물고기)..
붕어빵 김길순 면목시장 골목에서 추억의 붕어 빵을 먹는다. 세상은 많이 변했지만 팥고물 넣은 구운 붕어가 따끈한 인정으로 다가온다. 호빵도 있지만 붕어빵이 더 정겹다. 붕어가 놀던 유년의 냇가에서 삼촌, 오빠 붕어잡던 모습 떠올리며 눈물겹게 꿀꺽 입속에서 넘어갔다. 꼬리지느..
찜질방 김길순 바닷가에서 실려온 까만 자갈 우주 속에 뿌려진 별들같이 빛나는 공간 돗자리 위에 누워 시를 생각하며 만난 숙, 기, 옥 별들과 랑데부 하는 동안 모래시계 세 번 뒤집었다 방 온도 70도 문득 어머니의 모습이 불볕더위에서 밭일하시며 목덜미 땀띠까지 참고 견디신 그 삼복..
호박꽃과 호박벌 김길순 꽃가루가 풍부한 호박꽃 웃음이 헤픈 꽃이라서 인가 호박벌이 많이 날아 든다. 호박벌은 꽃술위에 입술을 닿으며 그 속에 갇힐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릎쓰고 부지런히 꽃가루를 날라준다. 호박꽃은 언제나 호박벌을 기다린다. 애호박 주러주렁 달아 시집보내고 누..
단풍이 김길순 그토록 녹음을 자랑하며 가슴 부풀었던 이파리들이 한잎 두잎 떨어지는 가을 이면 내 가슴에도 회한의 바람이 인다. 높은 산에서 반짝이는 단풍잎을 보러 정신없이 달려갔다가 돌아 올 때의 허전한 마음 가을 바람 때문일까 오늘 용마산 언저리는 운무에 쌓였다, 아마도 ..
하와이 민속촌에서 세계 여러나라 사람들이 청중이 되고 맨발의 젊은이가 원맨 쇼를 우리들에게 보여줬다. 하와이 공항에 들어 서면 현지인 젊은 이들이 꽃목걸이를 걸어 주었다. 남편과 함께 하와이에 있는 여름 해변 추억의 꽃목걸이(하와이에서) 김길순 공항에 도착하면 야자수 잎사..
유년의 고향 김길순 어린시절 나는 이름난 유적지 경주에 살았다. 석굴암에 오르면 바다가 보이고 왕릉이 있고 마을 곳곳에 봄이면 목련화 옥매화 꽃이 피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어쩌면 내 십대에는 아버지가 돌아 가셨기 때문에 아름답고 수많은 인파가 그 곳을 찾을 때에도 나는 쓸쓸했..
북경 여행기 김길순 기이한 거리에 길을 나섰지만 수많은 사람들중에 아는 이 없고 모두가 침묵한 표정이었네. 카페안 젊은이들의 미소엔 거기에도 초록빛 남녀의 사랑이 있음을 알았네. 북경 속의 ' 옥루봉' 음식집에선 '아리랑'과 민족의 설움이 담긴 노래를 불러 마음 울컥했었네. 북한 여성들의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