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8
-
소금이 데려온 섬나의 이야기 2022. 8. 31. 00:03
소금이 데려온 섬 박미숙 소금 병에서 소금을 맨손으로 덜어내자 바다를 덜어내던 소금밭이 벌떡 일어선다 어느 장애우의 눈물이니 한 톨도 흘리지 말라고 손끝에 매달린 눈물을 한 방울 거두어 병에 넣는다 갇힌 눈물, 눈물끼리라도 표정 없는 소금 병 속 바다물들은 소금밭이 위험하다고 아우성이다 물을 잃으면 소금이 돼 모서리끼리 부딪혀서 신음하는 장애우들 배워 본 적 없는 세상이 서로 쳐다본다 속 없이 투명하다 다만 몰라서 각진 모습에 비명을 지르고 그 비명에 놀라 모두가 소리를 지른다 소금을 넣어야 해 하고 뚜껑 밖으로 호명되면 이건 천 길 절벽이다 뜨거운 바다 이야기를 들어 본 적 없다는 표정으로 들끓는다 이내 다시 바다로 풀어지는 즐거운 고통이다 나는 누군가가 눈물을 맛이라 부르고 절벽 절벽 하며 떨어졌을 ..
-
한국의 명시해설(한용운 시인의 시)나의 이야기 2022. 8. 30. 00:03
한국의 명시해설, 한용운 시인이 시 한용운 문학을 대표하는 은 한 개인에 대한 지극한 연모의 정을 노래 하면서도, 그것이 단순한 애정의 표현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신비적 언어로 상징되어있다는 데에 문제성이 있고 반추할 가치가 있다. 그의 시세계에 있어서 지배적으로 표현되고 있는'님'의 의미는 단순한 어떤 인간적인 애인의 성격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불타도 되고 자연도 되며, 일제에 빼앗긴 조국이 되기도 한다.'님'이 가지는 상징적 의미는 그만큼 형이상학적 초월의지, 그리고 다양한 신비성을 머금고 있기 때문에 시간의 흐름에도 소멸되지 않고 오히려 빛을 발하게 된다. 문학사계 83호에 글을 보고, 작성자 김길순- 님의 침묵 한용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
-
(시) 짓고 싶은 집나의 이야기 2022. 8. 27. 00:03
짓고 싶은 집 엄한정 이런 집을 지으려 한다. 바람이 불면 저절로 문이 열리는 집 누구나 마음대로 눕는 곳 손을 대기만 해도 고요히 열리는 고요하여 자연과 하나 되는 집 밤에는 별이 손에 잡히는 적막에 빠져드는 빈 항아리 울퉁불퉁 거친 덤벙주초에 맞추어 기둥을 세우고 못 하나 박지 않은 문에 손잡이는 마음에 두고 번듯한 대문 없이도 살기 좋은 집 춘하추동 아름다운 그림이 되는 집 지리산 화엄사의 선방과 삼척의 죽서루에서 그런 집을 보았다. ********************************* 엄한정 아동문학가, 시인 출생1936년 인천 출생. 소속 전 한국현대시인협회 부회장 학력 성균관대학교 졸업 1953년 아동문학(박목월 추천)지와, 현대문학(서정주 추천)지로 등단 시집 낮은자리. 풀이 되어 산..
-
동피랑, 나비마을(제1회 동피랑 문학상 작품상)나의 이야기 2022. 8. 26. 00:03
제1회 동피랑 문학상 작품상 동피랑, 나비 마을 심강우 동쪽 벼랑에 나비가 사는 마을이 있다 물감이 떨어질 날 없는 화가가 채집한 단색의 애환만 있어도 좋을 한갓진 풍경 방방곡곡 나비가 참 많기도 하지만 뱃고동으로 첫 페이지 넘기는 강구안 색색의 날개가 장식한 화보집이다 나비들의 문패는 한 해 걸러 바뀐다 드난살이 골목이래도 하늘은 자란다 은륜이 달리고 피아노건반이 춤추고 구름을 예약한 고래가 휘파람을 부는 그곳은 날마다 꽃술의 축제 기간이다 나비의 더듬이에 들킨 울음기 한산도 수루에서 물어 온 언약을 해거름녘 다도해에 묻어 두었다 바늘만 한 설움도 벼랑 꼭대기에 서면 붉게 번져오는 눈먼 사랑이 거기 있다 출항하는 소리에 맞춰 비행을 시작하는 나비 어쩌면 황홀한 저 빛깔은 나비의 해묵은 구애 꽃떨기처럼 ..
-
무지개 쫓는 인생은 영원한 과정나의 이야기 2022. 8. 24. 00:03
무지개 쫓는 인생은 영원한 과정 김길순 얼마전엔 수국이 탐스럽게 피더니 요즘은 배롱나무꽃이 만발하다. 조금 지나면 산에 들에 망초꽃과 들국화가 순수를 드러내리라. 꽃은 언제나 저만치의 거리를 두고 바라보아야 아름답듯이 사람들도 저만치의 거리를 두어야 아름다운 법이다. 그래서 김소월 시인도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라고 쓰지 않았던가. 그래서 "놓친 열차가 아름답다"는 말도 나온 모양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만치 거리의 종교와 예술을 찾는다. 그것은 영원한 신비를 간직하기 때문이리라. 종교와 예술, 아름다운 무지개를 잡으려고 쫓아가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인생이란 영원한 과정이라고 말한다.
-
김남조 시인의 시 두편나의 이야기 2022. 8. 20. 00:03
6월의 시 – 편지 - 김남조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 그대만큼 나를 외롭게 한 이도 없다. 그 생각을 하면 내가 꼭 울게 된다. 그대만큼 나를 정직하게 해 준 이도 없었다. 내 안을 비추는 그대는 제일로 영롱한 거울 그대의 깊이를 다 지나가면 글썽이는 눈매의 내가 있다 나의 시작이다. 그대에게 매일 편지를 쓴다. 한 구절 쓰면 한 구절 와서 읽는 그대 그래서 이 편지는 한 번도 부치지 않는다. 그대 있음에 김남조 그대의 근심 있는곳에 나를 불러 손잡게 하라 큰 기쁨과 조용한 갈망이 그대 그대 있음에 내 맘에 자라거늘 오- 그리움이여 그리움이여 그리움이여 그대있음에 내가 있네 나를 불러 손잡게 해 그대의 사랑 문을 열 때 내가 있어 그 빛에 살게 해 사는 것에 외롭고 고단함 그대 그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