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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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날 콩나물국밥집에서나의 이야기 2022. 12. 20. 00:01
눈 오는 날 콩나물국밥집에서 복효근 눈이 뿌리기 시작하자 나는 콩나물국밥집에서 혼자 앉아 국밥을 먹는다 입을 데는 줄도 모르고 시들어버린 악보 같은 노란 콩나물 건더기를 밀어넣으며 이제 아무도 그립지도 않을 나인데 낼모레면 내 나이가 사십이고 밖엔 눈이 내린다 이런 날은 돈을 빌려달라는 놈이라도 만났으면 싶기도 해서 다만 나는 콩나물이 덜 익어 비릿하다고 투정할 뿐인데 자꾸 눈이 내리고 탕진해버린 시간들을 보상하라고 먼 데서 오는 빚쟁이처럼 가슴 후비며 어쩌자고 눈은 내리고 국밥 한 그릇이 희망일 수 있었던, 술이 깨고 술 속이 풀려야 할 이유가 있던 그 아픈 푸른 시간들이 다시 오는 것이냐 눈송이 몇 개가 불을 지펴놓는 새벽 콩나물국밥집에서 풋눈을 맞던 기억으로 다시 울 수 있을까 다시 그 설레임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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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동치미가 익어가니나의 이야기 2022. 12. 19. 00:01
동치미가 익어가니 김길순 함박눈이 내리고 동치미가 익어가니 동지팥죽 먹던 그해 겨울이 생각나네요. 김치 냉장고에서는 익은 동치미 단단한 무와 살얼음이 동동 사발에 비친 어머니 모습 지금도 아른거리는데 하늘나라에서도 동치미를 담그고 계실까? 함박눈이 내리고 있어요. 어머니! 육 남매 기르시며 동치미 담그시던 어머니 그때 동짓달 깊은 밤이면 야식으로 동치미 먹으며 가족들 얘기는 오손도손 깊어만 갔지요. 문풍지 바르르 떨고 집을 지키던 고향집 감나무엔 바람만 씽씽 지나가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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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해목(雪害木)> 법정(法頂)의 수필 중 결말 부분을 보면나의 이야기 2022. 12. 18. 00:01
법정(法頂)의 수필 중 결말 부분을 보면 김길순 산에서 살아보면 다 아는 일이지만, 겨울철이면 나무들이 많이 꺾이고 만다. 모진 비바람에도 끄떡 않던 아름드리 나무들이, 꿋꿋하게 고집스럽기만 하던 그 소나무 들이 눈이 내려 덮으면 꺾이게 된다. 가지끝에 사뿐사뿐내려 쌓이는 그눈에 꺾이고 마는 것이다. 깊은 밤, 이 골짝 저 골짝에서 나무들이 꺾이는 메아리가 울려올 때, 우리들은 잠을 이룰 수가 없다. 정정한 나무들이 부드러운 것에 넘어지는 그 의미 때문일까. 산은 한겨울이 지나면 앓고난 얼굴처럼 수척하다. ※ 이 수필은 부드러움이 만난(萬難)을 극복한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또한 "바닷가의 조약돌을 둥글고 예쁘게 만든 것은 무쇠로 된 정이 아니라 부드럽게 쓰다덤는 물결인 것을" 하고 멋스러운 절구를 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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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 인생론 > 내용을 알아 본다나의 이야기 2022. 12. 17. 00:01
레프 톨스토이는 세계적인 대문호이자 위대한 사상가이기도 하다. 1869년 『전쟁과 평화』를 발표해 세계적인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었고 1877년 『안나 카레니나』를 완성한 이후 원시 그리스도교에 복귀해 근로·채식·금주·금연의 생활을 영위했다. 이후 수많은 단편소설과 평론 등을 통해 사랑과 믿음으로 가득 찬 삶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전파했다. 부유한 지주 귀족의 아들로 태어나 1910년 시골 빈촌의 간이역에서 폐렴으로 사망하기까지, 인생에 대해 끊임없이 고뇌하고 거기서 얻은 사상을 현실에서 구현하려고 노력했다. 15년에 걸쳐 집필한 결과물이 바로 이 책 『인생론』이다. 사랑, 죽음, 교육, 종교 등 다양한 주제에 걸쳐 그의 사상을 집약해서 보여주고 있다. 인생의 지혜를 톨스토이 특유의 짧고 간결한 문장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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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어머니와 아들나의 이야기 2022. 12. 16. 00:01
어머니와 아들 이승호 어머니가 학교에 찾아오셨다 생떼를 부리고 간 아들을 위해 도시락을 들고 십 리 먼길을 걸어오셨다 밭일을 하다 오셨는지 머리수건을 쓴 어머니는 더없이 촌스러워보였다 “여긴 왜 와, 창피하게” 어머니는 말없이 도시락을 쥐여 주고 발길을 돌려 가셨다 열다섯 살, 철봉대가 뜨끈한 날이었다 그 뒤로 어머니가 이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나는 그날의 잘못을 빌지 못했다 아들의 마음이 이제 이렇게 아픈데 어머니는 얼마나 서글피 울며 가셨을까 어머니는 가끔 내 꿈속으로 찾아오신다 어머니, 저는 시를 쓰고 있어요 그래그래, 어머니는 연신 맞장구만 하신다 매번 꿈속에서 나는 차마 그 말을 꺼내지 못한다 **************** 시집 『국경 근처에서 집을 말하다』 2022. 들꽃 이승호 시인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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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하늘을 나는 연을 보면서나의 이야기 2022. 12. 14. 00:01
하늘을 나는 연을 보면서 김길순 중랑천변을 나가니 연을 날리고 있었다 하늘에서는 비행기도 날고 있었다. 내가 새라면 날개를 휘저어 아들이 사는 베이징으로 날아가고 싶다. 연은 줄을 당기면 가까이 오지만 아들은 연줄처럼 당길 수가 없다. 세월이 가고 바이러스도 잠잠 해졌지만 이제 어린아이들과 무거운 삶의 과적에 힘겨워하기 때문 본지도 까마득하네. 아들 곁으로 가지는 못해도 하늘을 나는 연을 보며 마음은 베이징으로 날아가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