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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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성자와 청소부 외 한편나의 이야기 2023. 2. 12. 00:01
성자와 청소부 나호열 오늘도 나는 청소를 한다 하늘을 날아가던 새들이 어지러운 발자국 어두운 생각 무거워 구름이 내려놓은 그림자 지상에서는 쓰레기라 부르는 그 말씀들을 버리기위해서가 아니라 화로 같은 가슴에 모으기 위해 기꺼이 빗자루를 든다 누군가 물었다 성자가 된 청소부는 누구이며 청소부로 살다 성자 된 이는 또 누구인가 나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하리라 사라졌다가 어느새 다시 돋아 오르는 새싹을 그 숨결을 당신은 빗질하겠는가 아니면 두 손 받들어 공손히 받쳐 들겠는가 * 나호열 시집 에 나온 시 입니다. ************************************ 눈부신 햇살 나호열 아침에 눈부신 햇살을 바라보는 일이 행복이다 눈뜨면 가장 먼저 달려오는 해맑은 얼굴을 바라보는 일이 행복이다 아무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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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길의<아름다운 세상>나의 이야기 2023. 2. 11. 00:01
김태길의「아름다운 세상」 꽃은 열흘 붉기가 어렵다 하였고, 아름답던 여자의 자태도 세월이 흐르면 주름살 뒤로 사라진다. 사라진 다음에 또 새 세대 가운데 많 은 미모가 탄생하기야 하겠지만 옛날 그 사람은 아니니 역시 덧없고 허망하다. 그런데 아름다운 마음씨는 그 사람의 몸이 흙으로 돌아간 뒤에도 오래오래 생명을 유지하고 빛을 던진다. 세상이 어찌 꽃과 미녀와 그리고 슬기로운 마음씨만으로 가득 차기 를 희망하랴. 다만 이 세 가지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세상은 끝없이 아름답다. 이 아름다운 세상에 태어났음을 고맙게 생각하며 슬픈 이야기들은 잊고 살아간다. -김태길의중 일부 ****************** 이 글은 철학자의 수필이다. 사람의 아름다운 마음씨야 말로 여러 아름다움 가운데 으뜸이라고 하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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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지울 수 없는 말나의 이야기 2023. 2. 10. 00:01
지울 수 없는 말 정채봉 마술사로 부터 신기한 지우개를 받은 사람이 있었다 "이 지우개로는 어떠한 것도 다 지울 수 있다. 딱 한가지만 빼고는." 그는 지우개를 가지고 신문을 지워 보았다 세계의 높은 사람들 얼굴을 그리고 말씀을 그러자 보라 정말 말끔히 지워지고 없지않은가 그는 신이 났다 그림책도 지우고 사진첩도 지웠다 시도 지우고 소설도 지웠다 그는 아예 사전을 지워버리기로 하였다 그런데 지우개로 아무리 문질러도 다른 것은 다 지워지는데 한 단어만은 지워지지가 않았다 땀을 뻘뻘 흘리며 문지르고 문지르다 마침내 지우개가 다 닳아지고 말았다 그와 그 지우개가 끝내 지우지 못한 단어는 이것이다 "사랑" ************************************* 출생 194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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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참외 하우스 외 한편나의 이야기 2023. 2. 9. 00:01
참외 하우스 변희수 너무 가볍잖아 노랑을 의심하는 버릇이 참외를 질투한다 참, 거짓, 참, 거짓 명제를 의심한다 노랑은 빨강을 낳을 수 없으니까 노랑은 노랑밖에 몰라 이 맹추야, 씨만 잔뜩이잖아 얼굴을 박고 있는 종자들에게 소리친다 지겹지도 않니 노랑을 속물로 취급한다 노랑이 묻은 코끝으로 노랑에게 낭비와 결핍을* 설명한다 노랑을 벗겨낸다 칼을 들고 속을 도려낸다 참, 거짓, 참, 거짓 그딴 거 말고 그냥 개똥참외! 잠꼬대 같은 말이 듣고 싶어서 쓴맛이 꼭지 쪽으로 몰린다 참외는 한 번도 참외가 아닌 적이 없는데 귀납하는 참외와 연역하는 참외들 노랑과 노랑 사이 새빨갛게 익은 얼굴들이 의혹처럼 매달려 있는 그러니까 한번 놀러오세요 마이 하우스에 마트는 멀어요 *칸딘스키, 「노란색은 전형적인 지상의 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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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나의 이야기 2023. 2. 8. 00:01
서울의 봄 / 노천명 서울의 봄은 눈 속에서 온다. 남산의 푸르던 소나무 가지가 휘도록 철 겨운 눈송이를 안고 함박꽃이 피었다. 달아나는 자동차와 전차들도 새로운 흰 지붕을 이었다. 아스팔트 다진 길바닥, 펑퍼짐한 빌 딩 꼭대기에 백포(白布)가 널렸다. 가라앉은 초가집은 무거운 떡가루 짐을 진 채, 그대로 찌 그러 질듯 하다. 푹 꺼진 기와골엔, 흰 반석이 디디고 누른다. 비쭉한 전신주도 그 멋갈없이 큰 키에 잘 먹지도 않은 분을 올렸다. 이 별안간에 지은 세상을 노래하는 듯이 바람이 인다. 은가루 옥가루를 휘날리며, 어지러운 흰 소매는 무리무리 덩치덩치 흥에 겨운 갖은 춤을 추어 제낀다. 길이길이 제 세상을 누릴 듯이. 그러나 보라! 이 사품에도 봄 입김이 도는 것을. 한결같이 흰 자락에 실금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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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밥」을 가리켜 향수의 열매요, 기도와 소망의 열매라고나의 이야기 2023. 2. 5. 00:01
「까치밥」을 가리켜 향수의 열매요, 기도와 소망의 열매라고 한 김규련 수필 종교는 있어도 기도는 없고, 열매는 있어도 대화는 없으며, 저주할 줄은 알아도 감사할 줄은 모르며, 향락은 바라면서 희열과 감격을 모르는 이 슬픈 풍토가 나 의 가슴을 허물어뜨리고 번져 들어오는 날, 나는 마음의 창가에 빨간 까치밥을 달아 두리라. 까막까치의 밥이 되어 상처 투성이로 쭈그러든 까치밥은 차가운 북풍이 휘몰아치는 날 땅 위 어딘가에 떨어져서 새로운 또 하나의 질서를 위하여 조용히 그 자취를 감출 것이다. ******************************************************************** ※ 그는 을 가리켜 향수의 열매요, 기도의 열매라고 규정짓고 있다. "까치 소리를 듣고 방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