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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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이상화<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중에서나의 이야기 2024. 4. 3. 00:01
이상화 중에서 내 손에 호미를 쥐어다오 살찐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쌈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우스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띄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 일제강점기에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와 같은 민족시를 발표하여 민족정신을 고양했다. 이 시를 보면 호미를 쥔다거나 부드러운 흙을 밟아는 행위에 근육의 움직임을 보게 된다. 손이나 발목, 살찐 젖가슴 등에서 육감적인 요소를 느끼기도 한다. 이처럼 근육의 긴장과 이완과 같은 움직임으로 역동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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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뭐라카노나의 이야기 2024. 4. 2. 00:01
이별가 박목월 뭐락카노, 저 편 강기슭에서 니 머락카노, 바람에 불려서 이승 아니믄 저승으로 떠나는 뱃머리에서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뭐락카노 뭐락카노 썩어서 동아밧줄은 삭아내리는데 -박목월, 중에서 여기서 동아밧줄은 무덤에 관을 내리는 밧줄을 의미한다. 이 동아밧줄을 시인은 '죽음' 지칭하기 위해 사용했다. 그렇다고 동아밧줄이 있어야 죽음이 된다거나 죽음이 있어야 동아밧줄이 형성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 만큼 동아밧줄과 죽음 사이가 결합되어야 할 필연성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가 환유이다. 환유와 제유는 흰옷과 우리 민족 사이의 환유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두 사물들 사이의 인접성 때문인것이다. ※ 환유와 제유는 모두 어떤 사물을 그것과 연관성이 있는 다른 사물로 대신하는비유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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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안개꽃, 꽃 안개나의 이야기 2024. 3. 31. 00:01
안개꽃, 꽃 안개 나호열 한아름의 꽃을 안개라 하고 안개 그 앞에서는 꽃이라 우겨대는 이쁜 사람들 틈에 꽃을 보아도 꽃으로 보이지 않고 불현 듯 내 앞에 서는 안개를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갑자기 시력이 떨어진 그 틈에 눈물이 떨어진다 꽃이 되기 위하여 안개가 되기 위하여 소금기 머금은 눈물이 가득한 빈 화병 나호열 충청남도 서천 출생. 무크지 우리(1981)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 시집 『』담쟁이덩굴은무엇을향하는가,『망각은하얗다』 『칼과집』 『영혼까지독도에산골하고』등이 있음 -작성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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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그 계단나의 이야기 2024. 3. 30. 16:01
그 계단 마경덕 내 상처의 목록 맨 앞줄에 가파르고 비좁고 어둑한 계단이 있었다 그 계단 끝에는 한참을 망설이던 전당포가 있었다 이것저것 캐묻는 낯선 사내에게 훔쳐 온 물건을 꺼내듯 결혼반지를 내민 손이 떨고 있었다 보랏빛 사파이어 반지 하나가 불안한 표정으로 철창 안 주인을 쳐다보았다 “만 원 쳐줄게요” 결혼 패물과 아이 돌반지는 시어머니 몰래 다급한 큰언니의 손으로 넘어가고 남편도 모르는 약속 하나는 끝내 내게 돌아오지 못하고 그날 두 번째 비밀이 추가되었다 아이 손을 잡고 내려올 때 손등에 떨어진 눈물이 보석처럼 반짝 빛났다 청량리 역전 어디쯤, 영혼까지 저당잡힌 그 전당포에 춥고 어두운 계단이 있었다 2024. 봄호 ********* [ 마경덕 시인 약력 ] * 등단 : 200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