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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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산책나의 이야기 2025. 7. 6. 00:01
마지막 산책 나희덕 우리는 매화나무들에게로 다가갔다이쪽은 거의 피지 않았네.그녀는 응달의 꽃을 안타가 워 했다자신의 삶을 바라보듯입 다문 꽃망울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땅은 비에 젖어 있었고우리는 몇 번이나 휘청거리며 병실로 돌아왔다 통증이 그녀를 잠시 놓아줄 때꽃무늬 침대 시트를 꽃밭이라 여기며우리는 소풍 온 것처럼 차를 마시고 빵조각을 떼었다오후에는 소리 내어 책을 읽으며문장들 속으로 난 숲길을 함께 서성이기도 했다그러다가도 죽음, 이라는 말 근처에서마음은 발걸음을 멈추곤 했다 피지 않은 꽃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해 말한다는 것은침묵에 기대지 않고는 어려운 일이기에임술도 가만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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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몽형 농민소설 상록수나의 이야기 2025. 7. 5. 00:01
계몽형 농민소설 상록수 / 심훈는 1935년 3월 20일 가 창간 15주년을 기념하여 특별공모한 장편소설모집에 당선된 작품으로 심훈의 대표작이며 동시에 우리 농민소설 있어서 기념비적인 심훈의대표작이며 동시에 우리 농민소설사에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는 에 뒤를 이은 이 시기의 주요한 계몽형소설이며 '브나로드운동'의영향으로 써진 소설인 것이다. 또한 세 작품 중 가장 늦게 발표되었던 관계로 앞의 두 작품의영향을 어느 정도는 받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는 이 둘을 종합하여 그를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은인도주의적 민족주의를 이상주의자인 주인공을 통하여 전개하였고 은 계급적 프로의식을매우 사실적으로 전개시켜 나갔다고 할 때 의 경우 순교적 박애정신을 보여주는 주인공의행위는 의 경우와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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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나의 이야기 2025. 7. 4. 00:01
거미줄 정정례 환하게 웃는 노인의 얼굴에웃음얼개가 가득하다 저 거미줄이 웃음이라면평생 공중식사를 마다하지 않았던 표정이다 얼개마다 달빛이 걸린다 저 자글자글한 거미줄 속엔도대체 몇 마리의 거미가 살고 있었던 것일까달빛 파장이 눈부시기만 한데잘 직조된 공중 같은 노인의 얼굴을흩어지지 않게 얽매고 있는저 웃음으로 빨려드는 풍뎅이기꺼이 범람하는 조공이다. 허공을 삼키는 웃음 저 웃음에 결려든 것들 많다쓸개 없는 웃음 웃음이라고 타박 미소 짓는 할머니와삼남삼녀의 다복한 웃음 항상 웃는 거미가 노인의 얼굴에 산다주름을 따라가면 눈매가, 콧날이 입 꼬리가 다 어미 같다. ************************************************************** *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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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이야기-애벌레나의 이야기 2025. 7. 2. 00:01
숲의 이야기 - 애벌레 함동선 날지 못하니여름꽃 다 보고 사는 것도 아니다이 숲 죽어간다 야단법석 떨어도우리 선조 옛집 아닌가사람들 창문으로 바라보지 말고숲에 와 느껴라틱틱틱 소리 내 나뭇잎 먹어도그 나무 죽을까 봐 몸무게만큼만 먹는다새들 나 잡으려 가지에 앉을 때 그 흔들림만으로입에서 흰줄 뽑아 하늘로 달아났다가그 흰줄 타고 돌아오는 미물삼차원 공간에 산다햇살 바람 비 그리고 숲이"나 안에서 나 찾아야지"하는 말에곡기 끊고 하안거夏安居 마치는 날자연의 경전 외우며'나비 되어 날아간다' ****************************※ 2025년 여름호 문예계간 함동선 작가특집 신작 시 발췌해서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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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절정나의 이야기 2025. 6. 27. 00:01
절정 이육사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어디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한 발 재기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 밖에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 ● 1940년지 1월호에 게재된 이육사의 서정시 쫒기는 이의 비극적 절규가 처절하게 담겨져 있다.일제 식민지 치하의학정에 시달려 마침내 고국을 등지고 북만주로 떠도는 쫒기는 이의 비극적 삶이 여실히 나타나 있다. 칼날 같은 추위와 서릿발 같이 상엄한 겨울의 극한 상황이 실감 있게 내비치고 있다. -작성 김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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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녘나의 이야기 2025. 6. 26. 00:01
저물녘 김지요 아버지는 언제부턴가저녁상을 물리고 나면 뒤란으로 걸어갔다처음엔 아버지가 싸리꽃을 좋아하시던지달이 지나가는 구름을 잡아두고 얘기하는 것을몰래 들으시는가 했다어둠이 성큼 마당을 기웃거릴 때가을비 속에 뒤란에 서 있는 나를 발견했다 잔잔한 빗줄기가 오리나무를성글게 빗질하는 모습이 보였다얼레빗은 수그린머리와잔등을 쓸어내리며네 사는 건 어떤가 묻는 것이었다나무는 잔기침을 하며 오소소 떨 뿐이었다외등으로는 자꾸만 낡아 허물어지는 담벼락을타고 오르는 어둠을, 물리치지 못했으므로저물어간다는 것이 왠지 두려웠고내 얘길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다마음이 텅 비어버려서아무 생각 없는 생각을 했다 싸리나무는 내 그림자 위에붉게 붉게 꽃을 토해내고 달그림자는세상과 화해하지 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