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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목계장터나의 이야기 2024. 9. 22. 00:01
목계 장터 신경림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청룡 흑룡 흩어져 비 개인 나루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가을볕도 서러운 방물 장수 되라네.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산서리 맵차거든 풀 속에 얼굴 묻고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민물 새우 끓어 넘는 토방 툇마루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치로 변해짐 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네.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신경림(1936년, 4,6~2024,5,23) 시인의 시 다.이 시에는 구름과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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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물봉선화나의 이야기 2024. 9. 20. 00:01
물봉선화 김길순여름날 경기도 어디쯤인가 모임에서 친구집 방문을 위해 길을 따라갔다.4.5백 평쯤 되는 마당과 정원 그리고 조그만 텃밭까지 갖추고 있었다, 지붕이 있는 평상에 앉으니 옆채소밭엔 풋고추가 실하게 달려 있었고 집 좌우로 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작은 도랑을 만들어 쉴사이 없이 돌돌 졸졸 흐르고 있었다, 작은 도랑가에 물봉선화가 키대로 서서 노랑, 분홍으로 피어있어 보고 또 보게 되었다.어느 시인의 '나의 농원살이' 처럼 순수한 자연 속에 살고 있음을 보았다. 나는 어릴 때 경주 황남동 고분이 있는 마을 줄기와집 큰 뜰이 있는 집에 살았는데 6남매 막내다 보니 위로는 서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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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추석 오색 송편카테고리 없음 2024. 9. 14. 00:01
추석 오색 송편 김길순팔월 보름달 비치는 창가에서 송편을 빚는다.쑥을 넣으면 초록빛깔 윤기 자르르 흐르고 국화 꽃잎 색색이 넣으면 분홍빛 노란빛 피어난다.어린이들 좋아하는 깨소금 소를 넣고 어른들은 밤, 콩, 거피낸 팥으로 소를 넣는다.햅쌀로 빚은 송편이 익어 입안을 가득 맴돌다 고개를 넘어갈 무렵 쟁반 위에 비치는 어머니 얼굴에 목이 메어눈물 그렁그렁 그리움이 가리고, 택배로 보내온 상자 속에는 영광 모싯잎 송편들이 팥을 거피 내어 빚어진 정성에 나눠주는 기쁨이 앞선다.올 추석 보름달이 오르면 조상님께 올리는 차례상에 넉넉한 가정사 자손들 손놀림이 바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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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흰 바람벽이 있어나의 이야기 2024. 9. 13. 00:01
흰 바람벽이 있어 백석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이 흰 바람벽에희미한 심오촉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때글은 다 낡은 무명샤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 일인가이 흰 바람벽에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은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어늬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지막한 집에서그의 지아비와 마조 앉어 대구국을 끓여놓고 저녁을 먹는다벌써 어린 것도 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