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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나의 이야기 2024. 9. 29. 00:01
가을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주여, 때가 왔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당신의 그림자를 태양 시계 위에 던져 주시고,들판에 바람을 풀어놓아 주소서. 마지막 열매들이 탐스럽게 무르익도록 명해 주시고,그들에게 이틀만 더 남국의 나날을 베풀어 주소서.열매들이 무르익도록 재촉해 주시고,무거운 포도송이에 마지막 감미로움이 깃들이게 해 주소서. 지금 집 없는 사람은, 이제 집을 지을 수가 없습니다.지금 홀로 있는 사람은 오래오래 그러할 것입니다.깨어서, 책을 읽고, 길고 긴 편지를 쓰고나뭇잎이 굴러갈 때면, 불안스레가로수 길을 이리저리 소요할 것입니다. ※ -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 1875~1926, 체코 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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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아버지의 등나의 이야기 2024. 9. 28. 00:01
아버지의 등 하청호아버지의 등에서는늘 땀 냄새가 났다 내가 아플 때도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어머니는 눈물을 흘렸지만아버지는 울지 않고등에서는 땀 냄개만 났다 나는 이제야 알았다힘들고 슬픈 일이 있어도아버지는 속으로 운다는 것을 그 속울음이아버지 등의 땀인 것을땀 냄새가 속울음인 것을 ********** 잡초 뽑기 하청호 풀을 뽑는다뿌리가 흙을 움켜쥐고 있다흙 또한뿌리를 움켜쥐고 있다뽑히지 않으려고 푸들거리는 풀호미 날이 칼 빛으로 빛난다풀은 작은 씨앗 몇 개를몰래구덩이에 던져놓는다 ※ 2024 월간문학 9월호 이 시대 창작의 산실 하청호 대표작 5편중 2편 하청호-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성장, 매일신문.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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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가을의 기도나의 이야기 2024. 9. 27. 00:01
가을의 기도(祈禱) 김현승가을에는기도하게 하소서 ···낙엽(落葉)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겸허(謙虛)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가을에는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한시간(時間)을 가꾸게 하소서가을에는호을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구비치는 바다와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내면적인 추수의 결실을 추구한 시는 김현승(1913~ 1975)의 이다.가을에 추수하는 것처럼, 내면적인 추수의 시기도 가을로 설정해 놓고, 알찬 열매를위한 소망과 그 열매를 추수할 수 있도록 기도한 것이다. 여기서 마지막 연에서 나오는 ‘까마귀’는 통념적인 ‘죽음’의 징후로 상징된 것이 아니라, 내 영혼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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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운 시인에 있어서의 '님'은나의 이야기 2024. 9. 26. 00:01
한용운 시인에 있어서의 '님'은 김길순 한용운 시인은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다고 했다. 그 '님'은 반드시 있어야 하는 절대 존재의 님, 당위의 님이다그런데 현실은 떠나간 님, 상실한 님이다. 그러나 한용운은 그 님이 떠나간 님도 아니고 상실한 님이 아니라고 복합적으로 생각한다. 이러한 생각은 종교(불교)에서 온 것이다.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존재한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혜안은 종교에서 온다. 그러므로 훌륭한 시를 쓰려면 특히 종교적 상상력이나 철학적 인식, 역사의식 등의 양질의 지식과 지혜가 요구된다. 님의 침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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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야생덤불 속에서나의 이야기 2024. 9. 25. 00:01
야생덤불 속에서 김길순 세월이 가도 변치 않는 가을바람에 들국화 구절초 쑥부쟁이 들꽃이 한들한들 다가옵니다. 소박하면서외로워 보이는 하얀 들꽃우리 어머니는 언제나 들꽃같이산골짜기 야생덤불 속에서 피어나는꽃처럼 서럽게 사셨습니다. 나를 데리고 살아오시느라 많이도 삭아 삐걱거리는 몸이셨는 데 그래도 딸을 다독이며 사셨습니다. 요즈음 나는 허리가 아파 치료하러 다니고머리도 희끗해졌습니다. 늘 다독여 주시던 어머니는 낮이면 하얀 들꽃처럼새벽이면 샛별이 되어 품어줄 어머니는 멀어져만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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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밤의 꿈(세익스피어의 희극)나의 이야기 2024. 9. 24. 00:01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대표적인 낭만 희극으로 연인들의 사랑의 마찰과 갈등이 초자연적인 힘을 빌어 해결되는 꿈같은 이야기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가장 환상적이고 몽환적이며 작가의 상상력이 가장 잘 발휘된 작품이다.연극 "한여름 밤의 꿈"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로, 환상적이고 유쾌한 요소들이 어우러진 로맨틱 코미디입니다. "한여름 밤의 꿈"은 아테네와 인접한 신비로운 숲을 배경으로 하는 다층적인 이야기입니다. 이 연극은 크게 네 가지 주요 줄거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 아테네의 귀족 이야기: 테세우스와 히폴리테의 결혼을 앞두고,연인들의 사랑과 갈등이 펼쳐집니다.2. 장인들의 연극 준비: 피터 퀸스를 비롯한 아테네의 장인들이 테세우스의 결혼식에서 공연할 연극 '피라무스와 티스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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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버들 강아지나의 이야기 2024. 9. 23. 00:01
버들강아지 김인섭 꽃도 아닌 것이잎사귀도 아닌 것이눈보라 겨울 길을빈 호랑버들가지로 나면서밤이고 낮이고풀쐐기처럼 하고 앉아 올올히 까끄라기 톱니 같은속눈썹만 키우다가봄이 오면뒷동산 새소리소소리패랑 함께온 산천 들판으로하얗게 하얗게 바둥거릴하는 동네 바람둥이.※김인섭 1933.6.2~ 2012. 8. 3일 시인의 시(버들 강아지)가 재밌게 읽히는 까닭은언어 선택의 적절성에 있다.마지막 구절은 자기 세상 만난듯이 자유 천지를 구가하고 있어서 봄의 흥기를 보인다. [출처] 영원한 한국의 명시 -작성 김길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