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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잃은 오르간이나의 산문 2021. 8. 23. 00:02
주인 잃은 오르간이
김길순
그녀의 남편은 치매로 외출하면 집을 못 찾아오고
전철 아니면 버스로 멀리 서울에서 떠나 낯 선 곳까지 가서
경찰에 인계되어 아들에게 연락이 오기를 수차례
가족회의 끝에 요양원에 보내졌다. 고 들었다.
그 후 그녀는 형편상 작은 곳으로 이사를 해야 하는데
남편이 쓰던 물건들이 많아 궁리 끝에 모두 필요한 사람에게
나눠주기로 했다고 들었다.
남편이 젊었을 때 하던 사업은 보석상이었다며 시계 등
반짝반짝 도금붙이 시계도 원하는 친구들에게 나눠줬다. 고 한다.
남편이 평소 즐겨 쓰던 악기들만 남았다고 얘길 했다.
그 악기는 오르간, 아코디언, 전자기타, 큰북 등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평소 남편이 한가할 때면 오르간 연주를 했다고 한다.
만약 치매가 완치되어서 집으로 돌아온다면 그 남편이 얼마나
허망할까 듣는 나는 생각이 앞섰다.
그러던 중 하루는 운동하는 클럽에서 시끌벅적해서 다가가 들으니
어떤 남자분에게 자초지종 얘기를 해서
집에 있는 악기를 모두 주기로 했다면서 씁쓰름한 웃음을 흘렸다.
그들은 즉시 차를 가지고 몇 명이 그의 집으로 갔었다고 한다.
악기를 원하는 남자분은 오르간을 보자 의자에 앉더니 “고향의 봄”을 연주하고
전자 기타도 빠른 곡을 신나게 연주하였다고 한다.
주인 잃은 오르간이여!
차라리 새로운 집으로 들어가 악기로 사랑받는 다면 더 좋겠구나 했다. 한편으로는
요양원에 가 있는 분이 맑은 정신이 돌아 온다면 자기가 연주하던
오르간 소리를 그리워할 텐데 왠지 얘기를 듣는 순간 마음이 짠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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