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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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자화상나의 이야기 2022. 9. 8. 00:03
자화상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 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 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 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며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 윤동주 시인에게는 두 자아가 존재한다. 용정의 맑은 물을 마시던 그 순간하고 행복한 본래의 자아와 일제의 침탈로 인해서 조국도 고향도 빼앗긴 채 외지로 떠돌아야 하는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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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가을 편지2 외 한편나의 이야기 2022. 9. 7. 00:03
가을 편지2 나호열 9월 바닷가에 써 놓은 나의 이름이 파도에 쓸려 지워지는 동안 9월 아무도 모르게 산에서도 낙엽이 진다 잊혀진 얼굴 입혀진 얼굴 한아름 터지게 가슴에 안고 9월 밀물처럼 와서 창 하나에 맑게 닦아 놓고 간다 ******************************** 슬픔도 오래되면 울울해진다 나호열 견디지 못할 슬픔도 있고 삭지 않은 슬픔도 있지만 슬픔도 오래되면 한 그루의 나무가 된다 가지를 뻗는 슬픔 잎을 내는 슬픔 뿌리가 깊어지는 슬픔 이 모든 상형의 못난 한 그루의 나무가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고 희망이 된다 울진 소광리의 못난 소나무 600년의 고독을 아직도 푸르게 뻗고 있다 (시집 촉도에서 발췌) -작성 김길순- *1953년 충남 서천에서 출생. *경희대학교 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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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마을(김규련)나의 이야기 2022. 9. 6. 00:03
강마을(김규련) 강마을 수필 내용 강마을 아이들은 강변의 물소리를 익히며 산다. 강물 소리에도 계절이 깃들여 봄이 오고 가을이 간다. 강물에도 생명이 있다. 추운 겨울 얼음이 겹으로 강 위에 깔려도 강심 어딘가에는 숨구멍이 있다. 이 생명의 구멍으로 강물은 맑은 하늘의 정기를 호흡하며 겨우내 쉬지 않고 흐른다. 아이들은 강마을에 있어야 할 자연의 일부라 할까. 강물과 모래벌판, 물새와 고기 때, 산과 들, 나룻배와 하늘 그리고 아이들, 그 어느 하나도 없어서는 안 될 자연의 조화다. 이 자연의 조화에 깊은 애정을 느낄 때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고향의식이 싹튼다. 훗날 뿔뿔이 흩어져 저마다 삶의 길목을 고달프게 걷다가, 어느날 밤 가슴속에 흐르는 강물 소리를 듣고 문득 향수에 젖으리라. ※ 강변에 사금이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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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임박해 오네요.나의 이야기 2022. 9. 5. 00:03
추석이 임박해 오네요. 김길순 추석이 임박해 오는지는 재래시장 통로를 보면 알아요. 물가가 올랐어도 붐비는 시장 통로엔 햇밤과 햇과일, 배추가 그리 비싸다 해도 나가보면 다 팔려나가고 구하기 힘들 정도예요. 추석이 오면 고향 선산에 잔디 이불 덮고 계시는 울엄니 생각이 간절하지요. 울엄니 목소리도 들리는 듯 하고요. 코로나 이후로는 가족들 한자리에 모이기가 힘들었어요. 시장 길을 걸으며 햇밤이 걸음을 멈추게 했어요. 코로나 유행병에다 불청객 태풍까지 괴롭힌다 해도 민속 명절 추석에는 송편 담은 차례상을 올려야겠어요. ※ 댓글은 되도록 간단하게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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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통구멩이나의 이야기 2022. 9. 3. 00:03
통구멩이 마경덕 광양 언니가 택배로 보내온 통구멩이 뱃머리 닮은 둥글넓적한 대가리 거무죽죽한 몸통이 허름한 통통배를 닮았다 학교 문턱도 못 가본 앳된 총각 입 하나 덜자고 어린것을 고깃배에 실어 보냈다는 어미는 병으로 죽은 지 오래, 양동이로 바닷물을 퍼 올려 갑판을 닦으며 ‘배호’를 부를 때 장충단공원 짙은 안개가 피어올랐다 얼굴 모르는 그의 아비도 안개에 가려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걸핏 밥을 태우고, 반찬은 짜고, 말귀마저 어두워 귀싸대기 벌겋게 부어올랐다 하늘 아래 혼자라서 젖은 장홧발에 차였다 그래도 밥은 실컷 먹어요, 씩 웃던 머리통이 큰 화장火匠 파도가 무서워 울고 멀미에 울고 엄마가 미워서 울었다는 그의 이름은 그저 화장이었다 손톱 밑이 까만 그 총각, 남해에서 붙잡혀 오늘 서울까지 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