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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 화병 김길순 장식장 은색 공간 해묶은 화병에서 다가오는 추억을 만난다 찬란한 봄 햇살 위로 탐스럽게 피어오르던 모란 꿈 많던 소녀가 활짝 웃는다 아릿한 기억 속에서 죽순을 보면 기차를 타고 달리던 한나절이 떠오르고 생울타리 따라가다 보면 대나무 키대로 서 있는 뒤란 거기가 시댁이..
골바람을 따라가다가 김길순 아파트 골바람을 따라가다가 만나는 오아시스 백화점 무료시식코너에서 한 모금의 온정으로 마른 입술 축이고 돌아오는 길 풀벌레 우는 여름 밤 벤치는 인생을 쉬어가라 하네 어릴 적 친구처럼 반기는 가로등 불빛도 무지개 빗살로 다가오는데, 사는 날 까지는 심장이 고..
사랑받는 귀여운 단추가 되고 싶어요/ 김길순 바닷가에 서면 해변에 반짝이는 그대 야자수 그림의 남방셔츠에 귀여운 단추로 매달리고 싶어요. 당신 가슴 열고 닫을 때 미소로 다가오며 옷깃 스쳐오는 바람결에 귀엽게 실려 가고 싶어요. 날마다 갈아 입는 당신 셔츠에 귀여운 단추로 매달려 순간에서..
오색 송편 김길순 팔월 보름달 비치는 창가에서 송편을 빚는다. 쑥을 넣으면 초록빛깔 윤기 자르르 흐르고, 국화 꽃잎 색색이 넣으면 분홍빛 노란빛 피어나 어린 아이들 좋아하는 깨소금 소를 넣고 어른들은 밤, 콩으로 소를 넣는다. 햅쌀로 빚은 송편이 익어 솔향기 입안을 가득 맴돌다 고개를 넘어갈..
바람부는 오수 원동산에서 김길순 여기까지 왔네 개를, 개의 주인을 한번도 본적이 없고 까만 개의 눈이 문득 나를 보는것 같네 가을 하늘 높고 바람부는데 어둑어둑한 여기가 어디인가 애견비가 있는 오수 원동산 어쩌면 사람보다 나은 선행을 한 너의 동상앞에 묵념하고 너의 정신 고이 담아 발길을..
김길순 갈빛이 젖어들면 눈부시던 갈빛이 강물에도 들꽃 피는 언덕에도 젖어듭니다 산등성이 오르는 길에 밤송이에도 갈빛이 젖어들면 서둘러서 아우성치듯 터지며 입을 엽니다 서리가 저만치서 기다리면 갈빛이 안개에 가리듯 뿌옇게 그렇게 가슴에도 젖어듭니다 잿빛 하늘에 계절이 흘러가는 순..
풀을 깎아야지 김길순 우리들의 명절 추석을 앞두고 고향에 선친을 모신 사람들은 성묘를 가기위해 미리부터 준비를 한다. 요즘은 자가용에다 아니면 KTX초고속 열차가 생긴 후로는 교통편이 원할 해 져서 큰 혼잡은 없지만 불 과 몇년 전만 해도 지방으로 내러가는 열차표를 구하기위해 줄을 서서 한..
시래기의 맛 김길순 무서리 내리자 이엉처럼 엮은 시래기 겨울바람 타고 강 건너 도시로 실려왔다 겨울 갈대처럼 까칠한 이파리 오래 삶아 우려내면 부드러운 무청으로 살아나 그윽한 향기 풍긴다 그 향기 몸에 밸 때 아슴푸레 다가온 그리움 보글보글 된장국 잘도 끓이시던 따뜻한 가슴, 어머니!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