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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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죽 냄비 앞에서나의 이야기 2022. 7. 29. 03:30
죽 냄비 앞에서 황윤현 죽을 참 맛있게 끓여주시던 어머니 군에서 수술을 받았을 때 통합병원까지 들고 오신 잣죽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당신을 위해 죽 냄비 앞에 섭니다 작고 볼품없는 나무주걱을 잡으며 닳아서 둥그레진 모서리 거스스름하게 착색된 세월의 물 때 불을 세게 키우지도 못한 채 조금만 태만하면 금세 늘어붙는 죽 뜨거운 열기 앞에 서서 자리를 뜨지 못한 채 쉼없이 저어야 하는 죽 어머니는 그렇게 한평생 남편과 자식 셋을 온몸으로 보살핀 겁니다 죽 냄비가 잠시 뿌옇게 흐려지고 칠칠치 못하게, 세상에서 제일 맛있어야할 죽에 짭쪼름한 물 한 방울 떨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길어만 가는 어머니의 부재 늘 앉으시던 자리에 세월이 먼지처럼 소복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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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 여름의 풍경나의 이야기 2022. 7. 27. 03:10
내 고향 여름의 풍경 구명숙 시인 , 숙명여대 명예 교수의 글을 읽고 마을 앞 실 비단 드리운 냇물은 가뭄에도 물이 너울너울 흘러가고 있었다. 그 물줄기는 오늘도 멈춤 없이 내 몸에서 강물로 흐르고 있는 것 같다. 한낮 텃밭에는 폭발할 듯 익어가는 풋고추며 자줏빛 가지가 주렁주렁 줄지어 있고, 울타리 휘감은 애호박도 감자를 쪄서 한 어머니는 쟁반씩 담아주셨다. 강낭콩을 넣어 쪄낸 어머니의 노란찐빵과 찰옥수수, 구수한 된장 보리밥과 열무김치, 가슴속까지 시원한 샘물, 애호박 넣고 끓이신 손칼국수의 맛도 가락처럼 어머니의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던 그리운 사연이 아닐까 한다. 장마가 걷힌 고향 여름은 또다시 뜨거워진다. 서울에서 대학생들이 농촌봉사를 오기 때문이다. 그들은 높고 푸르고 모두가 멋져 보였다. 낮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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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인간다움의 정상적인 과정 - 김형석나의 이야기 2022. 7. 25. 03:30
사랑은 인간다움의 정상적인 과정 - 김형석 내 아내가 병중에 있을 때였다. 대학 동창인 정 교수의 얘기다. 요사이 우리 동네 교수 부인들은 김 교수 칭찬이 대단해서 남편들의 위신이 말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제 저녁 식사 때는 정 교수 부인도 “당신은 내가 중병에 걸린다면 20년 넘게 뒷바라지할 수 있어?”라고 해 “5년은 할 수 있어”라고 농담했다가 구박을 받았다면서 웃었다. 회갑 즈음에 내 아내가 심한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주치의도 수술은 했으나 희망이 없다면서 외국에 나가 있던 아들·딸들에게 시급히 귀국하기를 권고했다. 나도 각오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기적같이 목숨은 구할 수 있었으나 언어기능을 상실했다. 세브란스 교수들도 강의 시간에 학생들에게 특별한 환자 중의 한 사람으로 소개할 정도였다.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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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향 여름의 추억> 수필을 읽고나의 이야기 2022. 7. 18. 04:10
수필을 읽고 김길순 이 책 머리말을 보며 세파에 찌들고 오염된 우리 마음을 말끔히 씻겨줄 글을 담고 있다. 투명한 하늘로, 푸른 바다로 초록의 수림으로, 반짝이는 별들과 반딧불로 병들고 지친 우리의 영혼에 생기를 불어넣어 줄 것입니다. 80인의 수필 가운데 마경덕 시인의 내 고향을 올립니다. 지면상 부분적으로 생략을 했습니다. 마경덕 시인의 글(여수는 언제나 내게로 온다) 방금 잠을 깬 여수의 아침바다는 갓 잡아 올린 물고기처럼 싱싱했다. 여수의 초입, 만성리를 거쳐 서울에서 밤차로 달려온 기차는 멎었다. 여수에 늙으신 어머니가 계셨다. 나는 비로소 숨을 내쉬었다. 내 그리움의 근원은 바다 물비린내 나는 어머니였다. 내 기억의 절반은 바다이다. 나를 열면 별 모양의 불가사리와 하얗게 바랜 성게들, 파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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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증을 해소해 주는 수박나의 이야기 2022. 7. 15. 04:10
갈증을 해소해 주는 수박 김길순 요즘 장마라 하지만 기온이 올라 무더위가 계속된다. 시골 농장에서 수박이 많이 도시로 올라온다. 씨 있는 수박과 씨 없는 수박을 구별해서 판다. 오로지 안으로만 영양을 쏟아 온 수박 밀어를 간직 한채 계절의 씨앗을 배었다 / 반으로 열리는 순간 정열의 빨간불이 켜진다. 먹기 좋게 싹둑싹둑 잘라 쟁반에 담아 누구에게나 나눌 수 있는 인정 미학 냉장고에 숙성이 되면 더 맛있어진다 그래도 폭염에 더위를 가셔 주는 시원한 수박이 있어 발그레한 인정미를 키워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