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 29

가난한 날의 행복

가난한 날의 행복 / 김소운(金素雲) 출근하는 아내에게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마침내 점심시간이 되어서 아내가 집에 돌아와 보니, 남편은 보이지 않고, 방 안에는 신문지로 덮인 밥상이 놓여 있었다, 아내는 조용히 신문지를 걷었다. 따뜻한 밥한 그릇과 간장 한 종지··· 쌀은 어떻게 구했지만, 찬까지는 마련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아내는 수저를 들려고 하다가 문득 상 위에 놓인 쪽지를 보았다. 왕후의 밥, 걸인의 찬···이걸로 우선 시장기만 속여 두오. 낯익은 남편의 글씨였다. 순간, 아내는 눈물이 핑 돌았다. 왕후가 된 것 보다도 행복했다. 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행복감에 가슴이 부풀었다. -김소운의 중 앞부분 **************************************************..

나의 이야기 2022.12.30 (108)

"이별은 일천 줄기의 꽃비다."

"죽음이 한 방울의 찬 이슬이라면 이별은 일천 줄기의 꽃비다." 위의 시 구절은 한용운의 시 이다. 이 산문 시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그는 문학을 철학이나 종교적 탐구와 병행시켰다. "죽음이 한 방울의 찬이슬이라면 이별은 일천 줄기 의 꽃비다"라는 구절에서도 느껴지는 바와 같이 그의 시에서는 철학적 사색의 깊이를 느 끼게 한다. 아래 한용운의 이란 시를 올립니다. -작성 김길순- 이별 / 한용운 아아 사람은 약한 것이다. 여린것이다. 간사한 것이다. 이 세상에는 진정한 사랑의 이별은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죽음으로 사랑을 바꾸는 님과 님에게야 무슨 이별이 있으랴.(생략) 죽음이 한방울의 찬이슬이라면 이별은 일천 줄기의 꽃비다. 죽음이 밝은 별이라면 이별은 거룩한 태양이다. 생명보다 사랑한 애인을 사랑하..

나의 이야기 2022.12.29 (95)

(시) 하찮은 물음

하찮은 물음 윤성관 시도 때도 없이 들었다 커서 무엇이 되고 싶니, 어느 대학 가고 싶니, 죽을 둥 살 둥 들어간 대학교에서는 고등학교를 묻고, 회사에서는 대학교와 학과를 묻고, 결혼 후에는 어디에 있는 몇 평 아파트에 사느냐 묻고, 늙은 요즘에는 자식들이 무얼 하느냐고 묻는다 하찮은 물음에 답할 수 있을 만큼 하찮게 살아왔지만 물어보려면, 저 별빛은 언제 태어났는지,「전태일 평전」을 읽고 뒤척이다 아침을 맞은 적 있는지, 귀를 자른 한 화가의 자화상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사랑하는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은 시(詩)가 얼마나 많은지, 당황하더라도 이 정도는 물어야지 아니면 최소한,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를 물어줘야지 아침마다 새들이 묻는 소리에 내 마음에 꽃 한 송이 피우는데 ..

나의 이야기 2022.12.27 (157)

잡을 수 없는 세월

잡을 수 없는 세월 김길순 오면은 가고, 간 그 자리에 새것이 오고, 그것이 또 가고, 또 다른 새것이 오고, 이리하여 인생과 우주가 영원히 있는 것이다. 한 몸이 왔다 가는것이란 저 사하라 큰 사막에서 한 줌 모래를 움켰다 흩어 버림과 다를 것 없고, 태평양 큰 바다에서 한 움큼 물을 쥐었다 뿌려 버림과 마찬가지다, 그러기에 자취인들 있을 것인가. 그러기에 슬프고 괴로움도 없는 것이다. 수필 을 통해서 읽은 구절이 연말 잡을 수 없는 세월 앞에 실감 나게 다가온다. 인생과 우주, 삶과 죽음에 관해 사색하게 되는 마음을 한해를 마감할 때 갖게 된다. 눈물 찍으며 살아도 이승이 났다고 다가오는 새 해를 맞아 힘차게 아주 힘차게 살아야지 하고 마음의 다짐을 해 본다. 시 한 편을 올립니다 삶이란 김길순 밥 ..

나의 이야기 2022.12.26 (91)

크리스티나 로세티의 기도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네요. 기쁘고 행복 넘치는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올 한 해도 회원님들과 함께 할 수 있었서 행복했습니다. 한 편의 시를 올립니다. -작성 김길순- **************************** 크리스티나 로세티의 기도 별빛이 사라지기 전에 / 겨울의 아침이 밝기 전에 첫 닭이 울기 전에 / 예수 그리스도는 나셨느니라. 그곳은 마구간 / 구유는 요람 자기가 만드신 세상에 / 사람으로 새롭게 태어나셨느니라. 사제도 왕도 깊이 잠들어 누워있는 / 예루살렘에서 젊은이도 늙은이도 깊이 잠들어 누워있는 집들이 꽉 들어찬 베들레헴에서, 성자도 천사도, 소도, 나귀도, 모두 함께 지켜보았느니라. 겨울철 / 그리스도 탄생의 새벽이 밝기 전에. 엄마품에 안겨 / 추운 마구간에 뉘인 예수, 그는 ..

나의 이야기 2022.12.25 (89)

크리스마스 캐롤 중 가장 많이 불리는 노래

고요한밤 거룩한밤 크리스마스 캐롤중 가장 많이 불리는 노래 작성 김길순 고요한밤 거룩한 밤(silent night)은 해마다 크리스마스를 전후하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불리는 캐롤 송 중 하나다. 1818년 프란츠 그루버 (Franz Xaver Gruber)가 작곡하고, 오스트리아의 오베른도르프 (Oberndorf bei Salzburg)에서 요제프 모어 (Joseph Mohr)가 가사를 붙였다. 노래의 발상지는 이 노래의 발상지는 오스트리아의 음악도시 잘츠부르크에서 약 20km 떨어진 오베른도르프(Oberndorf)라는 조그마한 마을이다. 이 마을은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국경에서 자동차로 약 20분 걸리는 곳에 위치해 있다. 이 노래의 발상지가 된 교회 1818년의 크리스마스 축제를 얼마 앞두고 당시..

나의 이야기 2022.12.24 (97)

피천득의 <봄>의 앞부분

피천득의 봄의 앞부분 나는 음악을 들을 때, 그림이나 조각을 들여다볼 때, 잃어버린 젊음을 안개 속에 잠깐 만나는 일이 있다. 문학을 업으로 하는 나의 기쁨의 하나는, 글을 통하여 먼발치라도 젊음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 보다도 걺음을 다시 가져 보게 하는 것은 봄이다. 잃었던 젊음을 잠깐이라도 만나 본다는 것은 헤어졌던 애인을 만나는 것보다 기쁜 일이다. 피천득의 의 앞부분 ********************************** ※ 서정적이면서도 사상적인 무게가 느껴지는 글이다. 이처럼 정감 있는 정서가 풍윤하게 흐르면서도 읽는 이로 하여금 산뜻하고 경쾌한 맛과 친근 미를 느끼게 하는 게 인포멀 에세이(informal essay) 매력이 아닌가 한다. -작성 김길순-

나의 이야기 2022.12.23 (90)

(詩) 그 봄

그 봄 전명수 헌집을 고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서까래가 부서지고 알전구 하나 매달고 가냘픈 뼈대가남아있는 부엌 그 소리에 어두운 찬장에 몸을 숨긴 접시는 서서히 잊히고 있었다 찬장에 포개진 어머니의 봄, 이름도 없는 꽃들이 순서도 없이 포개어졌다 위태로운 접시들은 서로 포개어 사랑하는 법에 함구하고 있었다 어머니의 잊힌 기억들이 찬장 속에서도 혼란스럽게 꽃을 피우며 피어날 듯 깜빡거리고 있다 ****************** 전명수 시인 대전에서 태어났다. 시집 『문득 지독한 눈물이』『다가간다는 것은』 「 미나리 궁전」『동백꽃이 떨군 고요』 김명배 향토문학상 수상 현재 인문학 , 독서치료, 디카시 강의 중이다. 작성 -김길순- ​

나의 이야기 2022.12.22 (102)

눈 오는 날 콩나물국밥집에서

눈 오는 날 콩나물국밥집에서 복효근 눈이 뿌리기 시작하자 나는 콩나물국밥집에서 혼자 앉아 국밥을 먹는다 입을 데는 줄도 모르고 시들어버린 악보 같은 노란 콩나물 건더기를 밀어넣으며 이제 아무도 그립지도 않을 나인데 낼모레면 내 나이가 사십이고 밖엔 눈이 내린다 이런 날은 돈을 빌려달라는 놈이라도 만났으면 싶기도 해서 다만 나는 콩나물이 덜 익어 비릿하다고 투정할 뿐인데 자꾸 눈이 내리고 탕진해버린 시간들을 보상하라고 먼 데서 오는 빚쟁이처럼 가슴 후비며 어쩌자고 눈은 내리고 국밥 한 그릇이 희망일 수 있었던, 술이 깨고 술 속이 풀려야 할 이유가 있던 그 아픈 푸른 시간들이 다시 오는 것이냐 눈송이 몇 개가 불을 지펴놓는 새벽 콩나물국밥집에서 풋눈을 맞던 기억으로 다시 울 수 있을까 다시 그 설레임으로 ..

나의 이야기 2022.12.20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