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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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근육들나의 이야기 2023. 11. 28. 00:01
근육들 마경덕 근육을 소비하고 순식간에 사라지는 소낙비, 근육이 빠진 어느 정치인의 공약처럼 바닥에 뒹군다 몸집을 키운 사내들이 괴물처럼 변해버린 육체를 전시 중이다 전봇대를 붙잡고 버티는 헬스클럽 광고지, 비에 젖은 종이의 근육도 만만치 않다 선거 벽보를 장식하던 노인의 이름에도 근육이 있었다 소나기처럼 찾아온 권력은 자주 뉴스에도 등장했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 하늘이 있었다 화폐의 근육으로 터질 것 같은 금고들, 인맥이 촘촘한 저 노인도 화폐 속에 숨은 질긴 실처럼 자신의 전부를 은폐했다 바다의 근육으로 쫄깃한 모둠회가 나오기 전 쓰키다시로 등장한 흐물흐물한 연두부, 이 빠진 노인 같다 입속에 살던 서슬 푸른 호령은 퇴화하고 혀의 걸음도 어눌한 기억은 누수되고 한도 초과인 노인의 카드에는 근육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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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건 단편 소설 <B사감과 러브레터> 앞 부분을 살펴본다나의 이야기 2023. 11. 27. 00:01
현진건 단편 소설 앞 부분을 살펴본다 김길순 사십에 가까운 노처녀인 그는 주근깨 투성이 얼굴에 처녀다운 맛이란 약에 쓰려도 찾을 수 없을 뿐인가. 시들고, 거칠고, 마르고, 누렇게 뜬 품이 곰팡 슬은 굴비를 생각나게 한다. 여러 겹 주름이 잡힌 훌렁 벗어진 이마라든지 숱이 적어서 맘대로 쪽지 거나 틀어 올리지도 못하고 엉성하게 그냥 벗겨 넘긴 머리꼬리가 뒤통수에 염소 똥만 하게 붙은 것이라든지 벌써 늙어 가는 자취를 감출 길이 없었다. 쪼죽한 입을 앙다물고 돋보기 너머로 쌀쌀한 눈을 노릴 때엔 기숙사생들이 오싹하고 몸서리를 치리만큼 그는 엄격만큼 그는 엄격하고 매서웠다. ※ 여기에서는 사십이 가까운 노처녀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주근깨 투성이 얼굴이라든지, 주름 잡힌 이마 등등 볼품없는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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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두 뒷모습나의 이야기 2023. 11. 26. 00:01
아름다운 두 뒷모습 김길순 논현역 지하철 문이 열리자 우르르 내리고 타며 자리 잡은 노인석 꾸벅꾸벅 조는 노인들 한 노파의 푸념이 정겹다. 머리 하얀 할머니는 다섯 남매를 키워 출가시켰지만, 아들 하나 당뇨가 심해서 아파트 청소일 하며 데리고 산다고 하신다. 이제는 아파트 일도 그만 하라고 해서 구청에 일자리 알아보러 가는 중이라며. 허리와 다리가 너무도 아프다고 하는데, 전철 안이 눈길이 따스하고 훈훈하다 “할머니, 한의원에 가셔야 해요.” “돈이 조금배끼 없는디---” “침 맞으러 가는데, 함께 가세요” “돈이 조금배끼 없는디---” “돈 걱정은 마시고 함께 가요.” 다정하게 내려 나란히 가는 두 뒷모습이 꽃피는 노을처럼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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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동인에 대하여 알아본다나의 이야기 2023. 11. 24. 00:01
소설가 김동인에 대하여 알아본다 김길순 김동인(1900~1951) : 소설가 호는 금동, 평양출생. 1914년 도일하여 동경 청산학원 중학부 졸업. 1919년 한국 최초의 문예동인지 (창조) 주재, 이광수의 계몽주의 문학을 부정하고 문학의 독자성을 주장하여 이를 작품으로 실천하였다. 작품 경향은 유미주의 또는 심미주의이다. 한국 단편 소설을 정립시킨 작가로 평가된다. 주요 저서로 , , , , , , 등이 있다. 이광수의 문학을 논의한 는 그의 대표적인 평론으로 꼽힌다. ⓛ 김동인의 업적중 하나로 평론가로서의 활동을 들 수 있는데, 그의 비평가로서의 안목이 비평의 높은 수준을 뵌 것은 바로 (1937~1938)이다. ② 인생은 한줄의 보들레르에 미치지 못한다고 공언하면서 인형조종설을 생과 함께 포기한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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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 시인은나의 이야기 2023. 11. 23. 16:17
시인은 엄한정 시인을 상징하는 것은 잠수함의 모르모트시인이 병들면 그 사회는 병든 사회다 뒷방에서 수군대는 헛말들의 성찬 속에서시인은인류가 열망하는참된 말의 열매를 찾아 나선다 참말이 황막한 빙하에 덮여 있더라도그것을 파내려고가슴에 뜨거운 우물을 파고이미 때가 낀 말에 때를 벗긴다 풀꽃 같은 민초들에 섞이어말을 나누며고통을 함께 하며미물에게라도 모자를 벗고 경의를 표한다. -문학사계 2023년 겨울호 신작 _ 작성 김길순 ********************************************************* 엄한정:1936년 인천 출생. 서라벌예술대학 및 성균관 대학교 졸업.1963년 과 등단. 시집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