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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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추일서정나의 이야기 2023. 11. 11. 00:01
추일서정 김광균 낙엽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 포화에 이지러진 도룬 시(市)의 가을 하늘을 생각하게 한다. 길은 한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어 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차가 들을 달린다. 포플라나무의 근골(筋骨) 사이로 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드러내인 채 한가닥 꾸부러진 철책(鐵柵)이 바람에 나부끼고 그 위에 셀로판지로 만든 구름이 하나. 자욱한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 홀로 황량한 생각 버릴 곳 없어 허공에 띄우는 돌팔매 하나. 기울어진 풍경의 장막 저쪽에 고독한 반원(半圓)을 긋고 잠기어간다. ********************* 김광균의 시(추일서정)이었습니다. 여기에서는 낙엽에서 지폐로, 길이 구겨진 넥타이로 '구름'이 '세로판지'로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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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국을 먹으면서나의 이야기 2023. 11. 10. 00:01
생태국을 먹으면서 김길순 오래전 지금처럼 낙엽이 우수 수떨어지고 어슬어슬 감기기가 돌면 어머니는 장에 가시어 생태를 사 오시어 무 썰어 넣고 생태국을 끓여 주셨다. 동탯국보다 유난히 시원한 맛을 어릴 때도 알 수 있었다. 고향이 경북이기에 주로 동해에서 나는 생선을 먹었다. 명태 갈치 고등어 꽁치 등이었다. 지난번 강원도에 여행 갔을 때 건어물상에서 가늘게 찢은 황태를 사 와서 간간이 북어포 국을 끓이기도 했다. 명절이 돌아오면 동태를 포 떠서 부침개로 요리해서 먹기도 했다. 명태의 이름은 갖가지이다. 생물은 생태이고 얼리면 동태, 말리면 북어다. 녹았다 반복하는 것은 황태라 하고 검게 변하면 먹태라 한다. 그러니까 노가리, 동태. 북어, 황태, 코다리, 먹태 이렇게 이름은 다르지만, 모두가 생태에서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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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빈센트 반 고흐)나의 이야기 2023. 11. 9. 00:01
명화 이야기 1888년 8월 20일까지 고흐는 자신의 인생 중에서 가장 바쁜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무려 6일 동안 4점의 해바라기 그림을 그렸기 때문입니다. 페루계 프랑스인 고갱이 해바라기 그림을 반가워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태양을 사랑했던 고흐는 태양을 닮은 해바라기를 무척 좋아했기 때문에 작품 중에 해바라기를 많이 그렸어요. 이 그림은 친구인 고갱을 맞을 준비를 하면서 커다란 해바라기 그림으로 자신의 작업실을 장식하기 위해 그렸어요. 고흐는 이 해바라기 그림을 그릴 때, 동생 테오에게 아주 멋진 그림이 될 것이라고 들뜬 마음을 편지에 담아 보낼 정도로 마음에 들어 했어요. 고흐는 이 해바라기 그림을 그릴 때, 동생 테오에게 아주 멋진 그림이 될 것이라고 들뜬 마음을 편지에 담아 보낼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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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자화상나의 이야기 2023. 11. 8. 00:01
자화상 오세영 전신이 검은 까마귀. 까마귀는 까치와 다르다. 마른 가지 높이 안장 먼 설원을 굽어보는 저 형형한 눈, 고독한 이마 그리고 날카로운 부리. 얼어붙은 지상에는 그 어디에도 낱알 한 톨 보이지 않지만 그대 차라리 눈밭을 뒤지다 굶어 죽을지언정 결코 까치처럼 인가의 안마당을 넘보진 않는다. 검을 테면 철저하게 검어라, 단 함 개의 깃털도 남기지 말고 ······ 겨울 되자 온 세상 수북이 눈은 내려 저 머더 하얗게 하얗게 분장하지만 나는 빈가지 끝에 홀로 앉아 말없이 먼 지평선을 응시하는 한 마리 검은 까마귀가 되리라. * 월간문학 2023년 11월호 이 시대 창작의 산실에 발표 된 시 ******************************************* ※ 오세영(吳世榮, 1942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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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어광고판나의 이야기 2023. 11. 7. 00:01
에어광고판 마경덕 바람을 삼키면 꿈틀꿈틀 척추가 돋아납니다 물렁한 바람은 뼈가 되어줍니다 길가에 방치된 집 한 채 플라스틱 둥근 지붕이 열리면 죽었던 몸이 밤의 허리춤을 붙잡고 환하게 일어섭니다 온몸에 적힌 메뉴로 밤새 호객을 하다가 아침이 오면 순식간에 바람 빠진 튜브처럼 털썩 주저앉습니다 취객의 발길질에 휘청거리며 일어서고 무너지는 불법 에어간판입니다 아침이면 폭파되듯 무너지는 몸 함부로 구겨져 길가 검은 통 속으로 사라지는 이 절망을, 휴식이라고 말하지 마세요 분명 감금입니다 인간이 내린 형량에 환한 대낮은 늘 캄캄한 밤입니다 숨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지금 나는 세상에 없는 시간입니다 『공시사』 2023년 11월호 [출처] 에어광고판 / 마경덕 카페 |작성자 김길순 마경덕 경력 시마을문예대학,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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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햇빛에게 공기에게나의 이야기 2023. 11. 6. 00:01
햇빛에게 공기에게 김길순 중랑천변 교각 아래 위에서 전자 기타 소리와 자동차 소리가 불협화음을 내고 있어도 좋았다. 텔레비전에서 자주 듣던 노래라서 그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이 나이 되도록 세상을 모르는 지 진심을 다해도 상처로 남을 때가 있다. 그러나 벤치에 앉아서 고맙소 고맙소, 하늘에게 절하고 햇빛에게 공기에게 감사하며 산다오. 삼라만상 천지만물 고맙지 않은 게 없기에 산책 길 밴치에 앉아서 노래 듣는 것만 해도 고맙고 고맙소, 남은 여생도 고맙소. . 미국의 밤거리에서 거리의 악사가 나를 보고 코리아 코리아 막걸리, 서울 막걸리 좋아 하며 아리랑을 바이올린으로 연주해 주었지. 코스모스 꽃길을 걸어 나오면서 메아리치는 아리랑을 부르며 햇빛에게 공기에게 고맙소 고맙소 감사하고 있었다. -김길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