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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빛의 야광 시계 김길순 찜질 전기장판 위에 누워 감기를 사로잡는다. 챗바퀴처럼 도는 온도계가 기침을 콜록일 때마다 불똥이 깜박 깜박 흔들린다. 야광시계는 바닥으로 푸른빛을 쏟아 붓고 인터넷 모뎀에선 반딧불이가 황색 날개를 파닥거린다. 반딧불에서 아련히 사라져간 등잔불까지 감기로 ..
아름다운 삼천포 바닷가에서 김길순 말로만 듣던 그 삼천포 천혜의 바다 유인섬 여섯 무인섬 다섯 그 사이를 시원스럽게 달리는 유람선에서 바다 풍경을 보네. 떡시루 모양의 섬과 아들딸 낳아 달라고 소원비는 돌섬은 옛 여인들의 정한이 떠오르기도, 암용굴 숫용굴 사이를 지날 때는 물안개 피어나..
탁구와 인생 탁구와 인생길 김길순 드라이브 서어브로 네트를 넘어서 공중회전하다 끄트머리 아슬아슬한 엣지도 찍지 못하고 똑 딱 에고 낙하로다 내 인생 백구처럼 하늘을 마냥 날고만 싶었지 물고기가 거물에 걸리지 않고 살아남듯 네트 위를 살짝 넘어야 하는데, 거듭되는 낙하 하지만 다시 살려..
쑥밭에서 햇쑥을 캐다 김길순 들판에 햇쑥이 뽀얗게 덮였습니다. 단군신화에 나오는 쑥이 그 생명력 강한 쑥이 놀고 있는 빈터에 쑥밭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저 쑥으로 떡을 할까 부침을 할까 국을 끓일까. 종일 뜯어도 지천으로 늘려있어 줄어들지 않는 충남 아산에 있는 들판 쑥밭입니다. 옛날 보리 ..
색소폰 소리를 들으며 김길순 언제나처럼 어미가 자식을 사랑으로 키웠듯 험난한 세상을 항해하며 살다 찾아온 아들 감사하다는 말 하지 않아도 “날 사랑하는 부모형제 이 몸을 기다려” 포스트 곡을 들려주면 잠들은 영혼을 깨워주는 신비의 소리로 다가온다. 불멸의 연주자 루이 암스트롱은 갔어..
목련꽃 하얀 꽃등불이 김길순 하얀 목련꽃이 꽃가지에 송이송이 꽃등불을 밝히면 그리움이 왈칵 밀려오겠지. 짧게 지나간 소녀시절 친구들이. 그 때 우리들의 가슴은 목련꽃처럼 봉긋하게 부풀어 온 세상이 다 환하게 보였었지. 목련꽃 아래서면 내 영혼의 고독 속에 넌 하얀 꿈을 언제나 머금고 있었..
장식장과 도자기의 만남 김길순 이사 온지 2년이 지나서야 장식장 하나를 사왔다. 내 생애 여행 가방 하나 챙겨놓고 살려 했는데 도자기 몇 점 때문 이었다. 목단꽃과 죽순이 그려진 백자와 최치원시 '窓外三更雨 登前萬理心' 이라 새겨진 대형 호롱이었다. 지금은 고인이된 문화재전문위원 김종태 선..
강화 마니산 참성단을 내려오며 김길순 수평선 위에 섬광으로 타는 해 오렌지 색깔로 다가와 인사를 했다 갯벌 위를 맨발로 걸어가는 그녀를 본다. 신발을 손에 든 채 발꿈치마다 짭조름한 해초 내음 스며드는 향취 온몸은 노을빛으로 번진다. 참성단 가는 오백개 넘는 계단을 오르고 내려올 때 고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