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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기다림 김길순 세상에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조이는 것이 또 있을까 기다림은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문여는 소리만 들어도 가슴 쿵쿵 두근거리게 한다. 조금씩 기다리다 보면 나도 그에게로 마중을 간다. 사람 많이 모이는 역 대합실에서도 행여 이번 열차에 내리는 사람..
유리잔에 투명한 생수 김길순 내가 살아가는데 에너지의 근원이 되는 생수 나의 생존이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것과 같이 유리잔에 투명하게 비치네. 언제나 나의 마음을 초롱초롱 맑게 비춰주는 유리잔 속 생수 한 모금의 감사와 한 모금의 기쁨 이 아침 가슴 속 가득히 투명하..
풀잎 연주 김길순 깊은 밤 나는 이슬 속에 활을 쥐고 풀 나부끼는 푸른 소리를 듣는다. 풀잎은 풀잎끼리 별빛은 별빛끼리 볼을 비벼대는 애무의 밤 모두들 잠든 밤에도 풀잎 연주는 계속되지만 자연의 악보를 아는 이는 없다.
연변을 생각하며 김길순 비가 쏟아지고 있다. 여름 장마가 시작되었다. 세차게 내리는 비를 보니 문득, 중국 연변 생각이 난다. 몇 년 전 남편이 연변대 객원교수로 가 있을 때였다. 나는 아이들과 지내다가 일 년이 되었을 무렵 연변을 찾았다. 비행장에서 만나기로 한 남편이 보..
돌확에 떨어지는약수 김길순 뜬구름 걸러 마신 조롱바가지가 돌확에 동동 떠있네. 세사에 묻은 때 얼굴에 끼인 욕망의 부스러기 약수로 씻어 내리네. 구름도 내려와 쉬는 돌확에 하늘 한쪽 부서져 내리는 햇살이 약수를 길어 올리네.
러브송 김길순 하루의 행진이 흩어지고 새들도 깃을 사리는 밤. 마음의 등불 들고 기다리는 그대 의식의 남녘 7월을 나도 사랑해. 그대 가슴 밤마다 펼치는 장미꽃 꿈자리를 사랑해. 아무도 몰라주는 나의 비밀 나의 모두를 털어 놓을 수 있는 그대는 내 인생의 다정한 벗. 사랑의 ..
오와쿠다니의 밤길 -일본- 김길순 천년 전 숲길을 걷듯 산길을 간다. 유황물에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계곡을 지나다 보면 어둠 속 등불 켜든 주막집들 노스텔지어의 손수건을 흔든다. 처마 밑에 떨어지는 나막신 소리 기모노 자락 붙들고 바람이 운다.
거리의 풍경 김길순 해바라기는 담장에서 꽃을 피우고 하교하는 어린이들 노랑 빨강 우산 쓰고 재잘대는 소리 빗속으로 묻힌다. 요구르트 아줌마 지나가고 그 뒤를 손수레 끌고 가는 폐지 줍는 할머니 비오는 날은 공치는 날인데 젖은 신문지가 안타깝다. 장맛비 부슬부슬 여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