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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오고 김길순 하늘을 가르며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 거실로, 분주한 주말 토요일, 북경 간 아들이 온다는 전화에, 미용실에 다녀와야하고, 오후엔 출판기념회에 다녀와야 하고, 친구가 찾아온다하고, 택배가 온다하고, 오후 출판 기념회에서 퍼포먼스가 있었다. 노숙자 찬 바..
자연의 소리 김길순 자연의 소리는 악보가 없어도 끝이 없다. 개여울의 물살에 머리를 감으며 흔들리는 버들가지의 이파리들 하늘하늘 춤을 추면 물그림자 우쭐우쭐 흘러간다. 대자연은 보이지 않는 악보 별들이 소곤대는 밤이나 구름이 놀다 가는 낮이나 시냇물이 졸졸 리듬을 ..
시 김길순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시를 사랑하지 않으면서 시를 쓴 다는 건 욕심이다. 시가 그립고 보고 싶고 읽고 싶고 잠 못 이루는 밤에도 뒤척이면서 벗을 찾아 언제나 밥을 먹듯 시를 먹어야 하느니라. 진실의 아궁이에 정서의 불을 지피면 지필수록 조촐한 시가 탄생되고 하..
숲속에서 김길순 푸른 잎 사이사이로 조각난 하늘을 보셔요. 조각난 하늘 구름처럼 우리 만나고 헤어지고 정처 없이 떠돌다가 물이 되고 바람 되어 또 다시 만나기로 해요. 나무들의 푸른 숨결 같이 뾰족한 가시도 아프지 않게 무디어지고 다듬어져서 찌르지도 아프지도 않게 나..
그녀의 머리카락/김길순 그녀의 머리카락은 해변을 스치는 바람결 바닷가 모래밭을 거닐 때 애무하는 해풍에 휩쓸리는 몸짓 초록 보리밭을 휩쓸고 지나가는 스커트 하늘하늘 바람에 흩날리는 머릿결 그녀의 곡선은 해심 흔드는 미역줄기 삼단 같은 머리카락이 파도를 탄다. 오오..
수석에 대하여 김길순 한 때는 그이가 수석이 취미일 때가 있었다. 산이나 강이나 바다로 갈 때면 으레 배낭을 메고 다녔다. 언젠가는 얼굴만 한 크기에 아그리파 석고상 닮았다고 해서 가져오고 어떤 돌은 호랑이 가죽 같아서 호피석이라 이름하고 모녀상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당신이 태양이라면 김길순 당신이 태양이라면 나는 땅에서 피어나는 해바라기꽃 언제나 우러러보며 웃고 살겠습니다. 당신이 하늘의 달이라면 땅에서 피어나는 달맞이꽃 사모하는 마음으로 피어나겠습니다. 당신이 하늘이라면 반짝이는 샛별이 되어 외롭지 않게 소곤거리며 별..
竹 枝 詞(중국 고대 명시) 유우석 楊柳靑靑江水平, 聞郞江上唱歌聲, 東邊日出西邊雨, 道是無晴却有晴. 유우석은 영정 혁신의 실패로 파산으로 귀양 갔는데, 그 시절 백성들과 생활 하면서 민가를 알게 되었다. 그로부터 가사를 쓰기 시작해, (죽지사)는 그 가운데 한 작품이다.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