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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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피는 사월나의 이야기 2024. 4. 20. 00:01
예나 지금이나 사월이면 진달래가 산천을 곱게 물들인다. 4월은 잔인한 달이지만 진달래꽃으로 인해서 위로받는다. 소월의 시 진달래꽃은 절대사랑을 추구한 순애보라 하겠다. 진달래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라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밝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 위 시의 구절을 보면 꽃잎까지 뿌려 주면서 님을 보낸다는 것은 역설적이 아닐 수 없다. 그 임이 가시는 길에 진달래꽃을 뿌려 주면서 사뿐히 즈려밟고 가기를 바라는 그 마음 세계가 얼마나 고운가를 느끼게 된다. 임이 비록 떠난다 할지라도 원망하지 않고 고이 보내드리면서 죽어도 눈물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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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시 , 오감도나의 이야기 2024. 4. 19. 00:01
이상의 시, 오감도 오감도(烏瞰圖) 십삼인의 아해(兒孩)가 도로로 질주하오. (길은 막달은 골목이 적당하오.) 제1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2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3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4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5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6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7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8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9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10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11의 아해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12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13의 아해도 무섭다고 그리오. 13인의 아해는 무서운 아해와 무서워하는 아해와 그렇게 뿐이 모였소.(다른 사정은 없는 것이 차라리 나았소) 그중에 1인의 아해가 무서운 아해라도 좋소 그중의 2인의 아해가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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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얼굴 반찬나의 이야기 2024. 4. 17. 00:01
얼굴 반찬 공광규 옛날 밥상머리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이 있었고 어머니 아버지 얼굴과 형과 동생과 누나의 얼굴이 맛있게 놓여 있었습니다 가끔 이웃집 아저씨와 아주머니 먼 친척들이 와서 밥상머리에 간식처럼 앉아 있었습니다 어떤 때는 외지에 나가 사는 고모와 삼촌이 외식처럼 앉아 있기도 했습니다. 이런 얼굴들이 풀잎 반찬과 잘 어울렸습니다 그러나 지금 새벽 밥상머리에는 고기 반찬이 가득한 늦은 저녁 밥상머리에는 아들도 딸도 아내도 없습니다 모두 밥을 사료처럼 퍼넣고 직장으로 학교로 동창회로 나간 것입니다 밥상머리에 얼굴 반찬이 없으니 인생에 재미라는 영양가가 없습니다 ***** 계간문학 2024년 봄호 기획특집 2 애송시에 실린 시 ※ 공광규 1986년 동서문학 등단 시집 (소주병)등.녹색문학상 수상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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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꽃 그늘에서나의 이야기 2024. 4. 15. 00:32
꽃 그늘에서 조지훈 시인 눈물은 속으로 숨고 웃음 겉으로 피라 우거진 꽃송이 아래 조촐히 굴르는 산골 물소리...... 바람 소리 곳고리 소리 어지러이 덧덮인 꽃잎새 꽃낭구 꽃다움 아래로 말없이 흐르는 물 아하 그것은 내 마음의 가장 큰 설움이러라 허잔한 두어 줄 글 이것이 어찌타 내 청춘의 모두가 되노 ***** ※ 청록파의 한 사람으로 명시를 많이 남긴 조지훈의 시는 주로 자연, 무속, 선을 소재로 한 민족다운 색채가 짙고 불교 세계를 향한 관심은 종교의식을 일깨워 작품에 반영되었다. 박목월과 박두진을 비롯한 다른 청록파 시인이 후에 시 세계를 근본으로 변혁했는데 조지훈은 초기 자연과 친화한 시 세계를 꽤 많이 유지하였다. 1956년 자유문학상을 받았다. 그 후로도 활발히 문학 활동을 하며 고려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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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이상화<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중에서나의 이야기 2024. 4. 3. 00:01
이상화 중에서 내 손에 호미를 쥐어다오 살찐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쌈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우스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띄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령이 지폈나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 일제강점기에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와 같은 민족시를 발표하여 민족정신을 고양했다. 이 시를 보면 호미를 쥔다거나 부드러운 흙을 밟아는 행위에 근육의 움직임을 보게 된다. 손이나 발목, 살찐 젖가슴 등에서 육감적인 요소를 느끼기도 한다. 이처럼 근육의 긴장과 이완과 같은 움직임으로 역동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