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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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의 향기나의 이야기 2023. 7. 19. 00:01
모란의 향기 김길순 모란을 볼 때마다 아름다움에 취한다. 진한 향기를 맡으면서 선덕여왕의 일화를 떠올린다. 선덕여왕은 당 태종이 보낸 모란도를 보고 향기 없는 꽃이라 일갈했다. 선덕 여왕이 어린 시절 목단(모란) 꽃 그림을 보고 저 꽃은 향기가 없는 꽃이라고 하여, 진평왕이 맡아보지도 않고 어떻게 아느냐고 물어봤더니, 선덕여왕은 모란꽃 그림에 벌, 나비가 없는 걸로 보아 꽃에 향기가 없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하여 목단꽃은 향이 없다고 알고 있는 분도 있는데 그건 아니다. 목단꽃의 향은 너무 진해서 가까이에서 맡으면 질식할 것 같다고 전한다. 그 향기를 멀리서 맡으면 은은한데 가까이 가면 진하게 느껴진다. 현대 도시 문명에도 가까이 다가오는 벌이 있어서 목단꽃도 수정이 되는 것 같다. 모란(목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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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나의 이야기 2023. 7. 18. 00:01
노을 최태랑 매일 매일이 한 생 무거운 등짐을 지고 있는 이는 흐르는 시간이 결코 아쉽지 않다 보고 들었던 모든 고통을 잊기 위해서는 흐르는 시간은 약이다 홀가분한가 저 지그시 불그레한 얼굴 한 잔 술로는 부족해 말술을 마셨을까 귀로에 선 낙타처럼 오래오래 썰물을 바라보다 차디찬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저 모래밭 발자국처럼 밀려왔다 밀려가는 보았던 것 모두 내려놓고 모든 시간을 지우고 있다 노을 뒤에 어둑함이 주는 안식 마침내 체온을 식히며 자신의 몸을 낮춰 오늘의 닻을 내리는 거인의 한 생이 잠드는 시간이다 ************************************** ㅡ물은 소리로 길을 낸다』(천년의 시작) ※ 최태랑 2012년 등단 인천문학상, 시작상, 김만배문학상 등 수상 시집 등 산문집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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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구두 닦는 소년나의 이야기 2023. 7. 16. 00:01
구두 닦는 소년 정호승 구두를 닦으며 별을 닦는다 구두통에 새벽별 가득 따 담고 별을 잃은 사람들에게 하나씩 골고루 나눠 주기 위해 구두를 닦으며 별을 닦는다 하루 내 길바닥에 홀로 앉아서 사람들 발아래 짓밟혀 나뒹구는 지난밤 별똥별도 주워서 닦고 하늘 숨은 낮별도 꺼내 닦는다 이 세상 별빛 한 손에 모아 어머니 아침마다 거울을 닦듯 구두 닦는 사람들 목숨 닦는다 목숨 위에 내려앉은 먼지 닦는다 저녁별 가득 든 구두통 매고 겨울밤 골목길 걸어서 가면 사람들은 하나씩 별을 안고 돌아가고 발자국에 고이는 발바람 소리 따라 가랑잎 같은 손만 굴러서 간다 정호승 1973년 신춘문예 당선.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새벽편지』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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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고무신나의 이야기 2023. 7. 15. 00:01
아버지의 고무신 염혜순 아버지의 고무신은 하얀 배였다. 아버지는 하얀 배를 타고 저녁마다 댓돌위로 올라서시며 큰기침을 하셨다. 그 기침 소리는 온 식구들을 긴장시키는 점호 나팔이었다. 어질러져있던 물건들을 한 순간에 치웠다. 아버지가 구부정하게 고개를 숙이고 문지방을 넘어서는 순간, 우리 모두는 차렷 자세로 도열하였고 거의 동시에 인사소리가 터져 나왔다. “다녀오셨어요!” 아버지는 동그란 안경너머로 집안과 우리를 한꺼번에 훑어보시고는 곧바로 없는 사람의 이름을 부르셨다. 아홉이나 되는 아이들 중 누가 빠졌는지 신기할 만큼 빨리도 알아채시곤 모두의 안전을 확인한 후에야 안방을 나가셨다. 아버지가 마루를 지나 건넌방으로 들어가시면 도열했던 우리들 사이에선 안도의 웃음이 새어 나왔다. 길어다 쓰는 물을 솥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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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에서 나오는 이야기나의 이야기 2023. 7. 14. 07:40
에서 나오는 이야기 아잔 브라흐마의 에 나오는 이야기를 어느 수필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인생에서 큰 성공을 거둔 남자가 네 명의 아내를 거느리고 살았다. 그가 마지막 눈을 감을 시간이 다가오자 그는 침상 곁으로 가서 가장 젊은 네 번째 아내부터 차례대로 불러 말했다. "여보" 난 아무래도 오늘이나 내일 죽을 것 같소, 저세상에서 당신이 없으면 무척 외로울 것 같소. 나와 함께 같이 않겠소.?" 하고 물으니 넷째 셋째 둘째 부인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하면서 방을 나가버렸다. 그는 마지막으로 첫째 아내를 불렀다. 그녀는 그가 영원의 세월 동안 알아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최근 들어서 그녀를 무시한 것이 사실이었다. 특히 유혹적인 세번재 네 번째 아내와 미모가 빼어난 네 번째 아내를 맞이 하고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