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
아름다운 농촌의 찔레꽃나의 이야기 2023. 7. 3. 00:01
아름다운 농촌의 찔레꽃 김길순 '찔레꽃' 하면 우선 떠오르는 농촌 풍경이 보인다. 올해사 말고 보리풍년은 유달리 들었다. 보리가 장히 됐다 해도 70 평생에 처음 보는 보리요, 보리밭둑 언덕에 찔레꽃도 풍성하다. 찔레꽃 옆에서 매해 매해 하고 갖난 송아지가 울고 수양버들 늘어선 실개천 언덕 너머에서는 무 무 하고 어미소가 운다. 위의 글은 김동리의 소설 에 나오는 농촌의 봄 풍경이다. 딸이 시집을 갔지만, 만주로 돈 벌러 간 신랑은 소식이 없다. 어머니는 만주로 가는 친척 편에 딸을 딸려보내면서 차마폭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고, 따라나오던 동네 며느리들도 저마다 눈에 눈물이 맺혔는데, 먼 길 떠나는 딸은 "울엄매 다시 언제 볼꼬!" 하며 눈물을 쏟는다. 앞에는 앞산, 뒤엔 뒷산, 번쩍번쩍 빛나는 냇가에서는..
-
(詩)유리창나의 이야기 2023. 7. 2. 00:01
유리창 정지용 유리(琉璃)에 차고 슬픈 것이 어린거린다. 열없이 붙어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나가고 밀려와 부딪히고, 물 먹은 별이, 반짝, 보석(寶石)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琉璃)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 이어니, 고흔 폐혈관(肺血管)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山ㅅ 새처럼 날아갔구나 ! ※ 이 시에는 시인의 슬픔과 외로움이라는, 자칫 넘치기 쉬운 감정이 유리라는 차가운 매체를 통해 상당히 절제되어 표현되고 있다. 1930년대 이미지즘의 대표적인 자리 를 차지하는 정지용의 이 시에는 감정 과잉을 염려한 시인의 절제된 움직임을 느끼 게 한다. -작성 김길순-
-
사랑이란 무엇인가?나의 이야기 2023. 7. 1. 00:01
사랑이란 무엇인가? 김길순 사랑이란 무엇인가? 인류 역사상 수많은 사람이 즐겨 다루어 온 이 감동적인 주제는 무엇인가. 사랑이라는 주제는 문학 작품에서 뿐아니라 음악, 미술, 연극 영화 등 모든 예술의 중심 과제였다. 화가 앙리 마티스의 그림 은 1941년 당시 많은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면서 명작으로 남았다. 이 그림을 미국 뉴욕에서 시를 쓰시는 서량님 블로그에서 시 "옷"에서 다시 보게 되었다. 사랑은 생명의 꽃이라는 말이 있다. 사랑이 있는 곳에 생명이 있고, 생명이 있는 곳에 사랑이 있다. 사랑과 생명이 있는 곳에 여인은 아름답고, 여기에 꽃을 찾는 벌나비가 소생한다.
-
(詩) 춘향이라는 처녀나의 이야기 2023. 6. 30. 00:01
춘향이라는 처녀 엄한정 광한루 춘향의 영정은 이당 김은호가 그린 청순하고 수수한 시골 처녀를 모델로 한 다홍치마 연두저고리의 아름다운 꽃 남원의 술자리에서 된장에 풋고추처럼 그 꽃과 친구와 함께한 인연으로 남원 친구를 만나 또 춘향의 안부를 묻는다. 홀어머니 슬하에서 가는 허리 하얀 손으로 자수 편물 익히고 짭짭한 음식 솜씨로 지금 어떤 이몽룡의 사랑을 받고 있을까. 다홍색 여둣빛 추억에 물들어 본다. *** -2023년 문학사계 여름 호에 실린 글- *********************************************** ※ 엄한정 1936년 인천출생 * 성균관대학교 졸업 * 1963년 아동문학(박목월 추천). 현대문학(서정주 추천) 지로 등단 * 국민훈장, 한국현대시인상 본상. 성균문학상..
-
(詩) 좋은 날나의 이야기 2023. 6. 29. 00:01
좋은 날 이승훈 좋은 날은 바람 불어 좋고 햇볕 내려 좋고 그대 있어 좋아라 이 진창 세상에 환한 그대 있어 좋아라 모두 놓아 버리면 모두가 좋은 날 그러므로 그대 없고 나도 없고 모두가 좋은 날 그러므로 그대 없고 나도 없고 모두가 그대 모두가 나이다 가는봄 가지 않고 만 년이 한 마음 모두 놓아 버리고 맑은 물 속에 잠시 쉬네 좋은 날은 아프지 않아 좋아라 ************************** 이승훈시인 춘천 출생 아호 二江 1963 으로 등단. 한양대 국문과및 연세대대학원 국문과를 졸업. 출생1942년 11월 8일사망2018년 1월 16일 (향년 75세) 수상1983. 제29회 현대문학상 수상 -작성 김길순-
-
(詩) 정오의 카페7그램나의 이야기 2023. 6. 28. 00:01
정오의 카페 7그램 강기원 그곳에서 만나 너와 내가 깃털보다 가벼워지는 곳 우리의 윤곽이 사라지는 곳 미농지보다 얇게 널 볼 수 있는 곳 오지 않은 너의 발걸음이 내 심장 속에서 쿵쿵거리는 곳 불현듯 당도한 네가 늦은 이유를 말하지 않아도 되는 곳 우리의 질량이 같아지는 곳 나의 7그램에 너의 7그램을 합해도 여전히 7그램인 곳 우리가 흔적도 없이 스며 더 이상 진화하지 않는 곳 비로소 네가 너인 곳 내가 나인 곳 영혼에도 냄새가 있다고 믿는 곳 누가 어떤 저울에 우리 영혼을 달아본 걸까 아무튼 그곳에서 만나 눈부시게 캄캄한 정오에 - 『그곳에서 만나, 눈부시게 캄캄한 정오에』(달아실, 2023) *** 중국의 한 선비가 기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 기녀는 선비에게 “선비님께서 만약 제 집 정..
-
(詩) 겹나의 이야기 2023. 6. 27. 00:01
겹 마경덕 야트막이 흐르는 물이 주춤거린다 가운데 박힌 돌 하나에 물의 발목이 엉켜 물주름이 여러 겹이다 중랑천을 건너는 새떼의 발톱에 걸려 또 허공이 접힌다 수다스런 날갯짓에 오후가 서쪽으로 끌려간다 즐비한 벚나무는 봄의 주름을 털어버리고 홀가분한데, 길가 장미 떼는 겹겹으로 가슴이 부풀고 가시는 이파리 뒤에서 붉은 꽃송이를 들어올린다 건드리면 피를 보고 마는 숨은 결이다 손잡고 걷던 아내를 떠나보내고 혼자 천변을 걷던 노인은 오늘도 보이지 않는다 벚나무 사이 노을을 바라보던 벤치가 텅 비었다 돌고 돌아도 닿지 않는 아득함은 몇 겹일까 겹, 겹, 겹 물에 빠진 끝물 햇살을 업고 바람이 물위를 걷는다 살랑이는 뒤꿈치에서 반짝이는 잔주름이 번지고 있다 뻐꾸기가 흘린 울음의 겹을 다 세지 못했는데..
-
입원실에서나의 이야기 2023. 6. 26. 00:01
입원실에서 김길순 그이가 보호자로 왔다. 수술이 끝나고, 입원실에 누웠을 때 산소 방울처럼 안도의 눈웃음도 주었다. 침대에 누워 링거병을 달고 주사 바늘을 꽂는 간호사는 백의의 천사라 불리는 간호사의 가운은 흰색은 아니고 보랏빛 가운을 입었기에 잠시 어리둥절했었다. 병원 입원하기 전날 밤 꿈에 새끼 호랑이가 나타나 나를 어디론가 자꾸 끌고 가는 꿈을 꾸었기에 좀 의아했었다. 암튼 수술 후 저리는 통증이 깨끗하게 없어졌다. 두 딸이 병문 다녀 가고 멀리(베이징) 있는 아들은 전화로 오지 못함을 아쉬워했다. 여자들만 입원하는 병실 비어있는 중앙 침대에 자리한 그이 손짓할 때면 나를 도와주곤 했었다. 입원한 지 일주일 되는 날 아침 또 새 세상 발자국을 찍으며 그이와 손을 꼭 잡고 입원실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