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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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미당국화차나의 이야기 2023. 7. 25. 00:01
미당국화차 엄한정 고향에 해 드린 것이 없어 늘 면목 없다고 마음이 쓰이고 생애의 팔 할이 바람이었다고 하셨지만 마침내 시의 궁궐을 이루시고 고향 선운리 언덕에 영원히 누우시니 후생의 사람들이 그 둘레에 온통 국화밭을 일구고 줄을 잇는 추모의 행렬에 나도 끼어 향기 좋은 노란 국화꽃 한 줌 따다가 미당국화차라 이름 하고 차를 다려 당신의 숨결을 느껴 봅니다 세상에 어떤 화조풍월보다 어쩌면 제자로서 이런 호사 있나요 "국화 옆에서" 당신의 노래를 외워 봅니다 ******************************** 엄한정: 1936년 인천 출생. 서라벌예술대학 및 성균관 대학교 졸업. 1963년 과 등단. 시집으로 미당시맥상,한구현대시인상본상. 성균문학상 본상.한국문인협회감사. 국제팬클럽현회 한국본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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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소목장나의 이야기 2023. 7. 24. 00:01
소목장 / 김남곤 그 사람이 지나가면서 / 손가락만 비비적거려도 / 나무들은 뿌리 깊이 관능을 숨긴다 / 나는 그 이유를 그의 공방에 들려 / 말매미만한 대팻집 속에 갇혀 / 은밀히 실눈을 뜨고 있는 / 서릿발 같은 쇳날을 보면서 / 그러고도 남을 만하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 목질이 질기기로 이름난 / 박달나무나 / 벼락 맞은 대추나무나 / 가죽나무의 / 그가 죽어서 돌아 올 / 옆구리 어디쯤 붙어 있다가 / 대팻날이 은근슬쩍 스치기만 하면 / 자지러지게 깨어 났다가 다시 숨쉴 것만 같은 / 음침한 럼을 생각하면서 - 김남곤 전문 ※ '소목장' 이라 함은 "나무로 가구나 문방구 따위를 짜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한마디로 각 나무의 특성을 환히 알고 , 그 나무의 결에 따라 각종 가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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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해바라기의 감상나의 이야기 2023. 7. 23. 16:40
해바라기의 감상 김광균 해바라기의 하-얀 꽃잎 속엔 퇴색한 마을이 있고 땀마을 길가의 낡은 집에서 늙은 어머니는 물레를 돌리고 보랏빛 들길 위에 황혼이 굴러 내리면 시냇가에 늘어선 갈대밭은 머리를 흐트리고 느껴 울었다 아버지의 무덤 위에 등불을 키러 나는 밤마다 눈 멀은 누나의 손목을 이끌고 달빛이 파-란 산길을 넘고 ********************************* ※ 꽃 속의 세계, 꽃 속을 열고 들어가 보면 퇴색한 마을도, 물레 돌리는 어머니도 아버지의 무덤도 있으며 낙엽과 전쟁과 미소가 있으며, 떠나고자 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참 희한한 세계가 꽃 속에 있다. 꽃은 땅의 언어라는 말이있다. 땅은 생명의 터전, 꽃을 통해 땅과 생명 을 알 수 있는 일, 그래서 시인들은 자신의 시 속에 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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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에 대하여나의 이야기 2023. 7. 21. 20:24
소크라테스에 대하여 소크라테스의 삶은 가난했다.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철학자의 삶에 어긋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돈을 벌어오라는 아내의 구박을 많이 받았고, 이 때문에 상술했듯 티격태격 싸우는 게 일상다반사가 된 것. 이에 영향을 받았는지, 하루는 제자들 중 한 명이 "스승님, 결혼은 해야 합니까, 말아야 합니까?" 라는 질문에,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한다" 라고 답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이런 크산티페가 소크라테스를 내쳤다는 기록은 없으며, 외려 소크라테스가 독배(毒杯)를 마시고 사망할 때 그의 죽음을 슬퍼하며 울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물론 다혈질기가 있었고 잔소리에 자주 티격태격하긴 했지만 부부관계가 파탄날 정도로 심각한 건 아니었다. 아내의 잔소리에, 소크라테스는 이런 부인이 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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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수로부인과 술 한 잔을나의 이야기 2023. 7. 20. 00:01
수로부인과 술 한 잔을 - 꿈에서· 1 정연휘 푸른 비늘 번득이는 야성의 바다 여름 바다에 발목 담그고 출렁이는 물결, 자줏빛 바위에 앉아 낚시를 띄우고 세월을 낚는다. 퍼올린 세월이 묻어 온 수로부인(水路夫人)과 통성명 생전의 연이라 생그레 웃는, 떠올린 세월의 빈 잔에 술동이 앞에 놓고 잔을 채운다. 임해정(臨海亭) 삼척 바닷가 벼랑의 철쭉꽃은 아직도 피어 있고 생기 넘치는 절세미인과 - 한 잔 더 드시지요 - 한 잔 더 드시지요 흐트러지며 정념이 교감하는 가는 허리 하늘하늘 춤을 추는 온몸 발그레 상기한 수로부인 사위 별들이 원무하다 수륙(水陸)에 내려 꽃으로 반짝이고 - 다시 한 잔 더 - 다 시 한 잔 더 ************************* 정연휘 강원도 삼척출생. 서라벌 예대 문창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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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의 향기나의 이야기 2023. 7. 19. 00:01
모란의 향기 김길순 모란을 볼 때마다 아름다움에 취한다. 진한 향기를 맡으면서 선덕여왕의 일화를 떠올린다. 선덕여왕은 당 태종이 보낸 모란도를 보고 향기 없는 꽃이라 일갈했다. 선덕 여왕이 어린 시절 목단(모란) 꽃 그림을 보고 저 꽃은 향기가 없는 꽃이라고 하여, 진평왕이 맡아보지도 않고 어떻게 아느냐고 물어봤더니, 선덕여왕은 모란꽃 그림에 벌, 나비가 없는 걸로 보아 꽃에 향기가 없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하여 목단꽃은 향이 없다고 알고 있는 분도 있는데 그건 아니다. 목단꽃의 향은 너무 진해서 가까이에서 맡으면 질식할 것 같다고 전한다. 그 향기를 멀리서 맡으면 은은한데 가까이 가면 진하게 느껴진다. 현대 도시 문명에도 가까이 다가오는 벌이 있어서 목단꽃도 수정이 되는 것 같다. 모란(목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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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나의 이야기 2023. 7. 18. 00:01
노을 최태랑 매일 매일이 한 생 무거운 등짐을 지고 있는 이는 흐르는 시간이 결코 아쉽지 않다 보고 들었던 모든 고통을 잊기 위해서는 흐르는 시간은 약이다 홀가분한가 저 지그시 불그레한 얼굴 한 잔 술로는 부족해 말술을 마셨을까 귀로에 선 낙타처럼 오래오래 썰물을 바라보다 차디찬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저 모래밭 발자국처럼 밀려왔다 밀려가는 보았던 것 모두 내려놓고 모든 시간을 지우고 있다 노을 뒤에 어둑함이 주는 안식 마침내 체온을 식히며 자신의 몸을 낮춰 오늘의 닻을 내리는 거인의 한 생이 잠드는 시간이다 ************************************** ㅡ물은 소리로 길을 낸다』(천년의 시작) ※ 최태랑 2012년 등단 인천문학상, 시작상, 김만배문학상 등 수상 시집 등 산문집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