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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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소낙비 오는 날나의시 2021. 6. 29. 00:05
소낙비 오는 날 김길순 소낙비 오는 날 일하기 제끼기 아까운 날 열무김치를 담기로 했다. 열무 두단 얼갈이 한 단 붉은 푸른 풋고추 쪽파 등 재료를 갖추어 사 들고 왔다. 풀물 끓이고 간이 들 때까지 오랜만에 도셀리의 세레나데 노래를 듣는다. 옛날을 말하는가 기쁜 우리 젊은 날 그 대목에서 유년의 젊은 어머니 생각에 붉은 고추 푸른 고추를 썰면서 눈물이 걸썽이게 되었다. 어머니 손맛 따라가지는 못해도 살아온 세월만큼인가 얼핏 보기엔 얼큰한 열무김치가 완성되었다. 공감은 아래 하트를 눌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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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토리 묵나의시 2021. 6. 22. 00:05
도토리 묵 김길순 재래시장길을 지나오면 가판대에 도토리 묵을 스티로폴 대접에 얇게 썰어서 팔고 있다. 한 대접 사오면서 묵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생각한다. 주워온 도토리 옹배기에 붓고 우려 내면 우려낼수록 떫은 언어를 우려내듯이 우려 진다. 혼신의 열을 가한다. 열을 가하고 열을 식히면 오롯하게 어리는 도토리묵 땀과 정성으로 오롯하게 만들어져 가정에도 시중에도 도토리묵이 날마다 나오고 있다. 떫은 언어를 우려내듯이 우려낼수록 제맛을 내는 도토리 묵이여! 공감은 아래 하트를 눌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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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놀이터에나의시 2021. 6. 14. 00:05
(시) 아파트 놀이터에 김길순 하도 좋은 여름날 나뭇잎 흔들리고 놀이터엔 놀이기구 즐비해 있고 그늘 아래는 벤치가 있는데, 까르륵 까르륵 웃음소리 한가득 해그름까지 재잘거렸던 아이들 요즘은 간간이 보일 뿐이네. 노인들도 서로 기대고 의지하며 날마다 벤치에서 정담 나누던 모습을 보려해도 보이질 않네. 자연은 유행병 바이러스에 갇혀 있는 아이들 어른들 아랑곳없이 가고 오는 바람처럼 초연히 벤치에서 쉬어가라 하네. 사는 날 까지는 심장이 고동쳐야 한다고 여름 바람이 속삭여 주고 스쳐가네. 공감은 아래 하트를 눌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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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걸림돌-공광규나의시 2021. 6. 11. 00:05
걸림돌 공광규 잘 아는 스님께 행자 하나를 들이라 했더니 지옥 하나를 더 두는 거라며 마다하신다 석가도 자신의 자식이 수행에 장애가 된다며 아들 이름을 아예 ‘장애’라고 짓지 않았던가 우리 어머니는 또 어떻게 말씀하셨나 인생이 안 풀려 술 취한 아버지와 싸울 때마다 “자식이 원수여! 원수여!” 소리치지 않으셨던가 밖에 애인을 두고 바람을 피우는 것도 중소기업 하나를 경영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고 한다 누구를 들이고 둔다는 것이 그럴 것 같다 오늘 저녁에 덜되 먹은 후배 놈 하나가 처자식이 걸림돌이라고 푸념하며 돌아갔다 나는 “못난 놈! 못난 놈!” 훈계하며 술을 사주었다 걸림돌은 세상에 걸쳐 사는 좋은 핑계거리일 것이다 걸림돌이 없다면 인생의 안주도 추억도 빈약하고 나도 이미 저 아래로 떠내려가고 말았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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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만두나의시 2021. 6. 10. 00:05
만두 김길순 거리를 지나오다 보니 솥단지에서 만두가 익으면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온다. 고기 왕만두 찐빵 도합 다섯 개가 사천 원이라 쓰여있다. 운동하고 오는 길이라 출출해서 샀다. 내가 좋아하는 만두는 자그마하고 한입에 들어갈 크기가 좋고 속이 훤이 비치는 만두를 좋아는 하지만 집에서 만들면 속을 많이 넣다 보면 훤히 비치는 만두도 된다. 속이 터져 버리는 서글픈 만두도 간혹 나온다. 오늘 사온 만두는 주먹 만하게 크긴 하다. 한입 꽉 물어보면 근사한 재료들이 씹히는 것도 있지만 껍데기 피가 두꺼워 목이 메어 단숨에 넘어 가질 않는다. 단무지 챙겨주는 뜻을 알게 된다. 그들이 애써 만든 고통이 둥글게 부풀어 올랐구나. 더 좋은 재료들을 넣지 못함도 먹으면서 알게 된다. 공감은 아래 하트를 눌러 주세요.